회전목마를 탄 어른이

by 문성훈

"그걸 지금 내가 하고 있지 않소?"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미국 사업가의 제안에 멕시코 어부가 한 말이다. 지금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종국에는 낚시하며 가족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즐기는 삶을 이미 하고 있는데 무엇하러 더 많은 고기를 낚고 사업으로 확장해야하느냐는 우문현답이다.

같은 이야기라도 명사의 강연보다는 동네 평상에서 듣게 되는 어르신들의 한담이 더 잘 들리고 책보다는 일상에서 발견하는 삶의 지혜나 통찰이 잘 스며든다. 비록 농담(濃淡)도 다르고, 사람마다 각자의 필터가 다르니 받아들이는데 차이는 있을지라도...

"빚이 40억이었는데... 지금은 160억이지"
"땅을 팔면 편히 사실텐데... 왜?"
"그렇겠지. 그런데 아이들 노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고 고민도 잊혀진단다"
"나같으면 바로 팔아버릴텐데..."
"돈이 있으면 뭐할거냐. 지금도 맛있는 건 먹고 살아"
남들 눈에는 애물단지로 보일 놀이공원을 운영하는 탈렌트 임채무를 찾은 김희철과 나눈 대화다. 미국인 사업가와 멕시코 어부의 일화와 같은 맥락이다. 다만 임채무에게는 은퇴후에도 하고 일이 낚시가 아니라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인게 다를 뿐이다.
그런데 나의 속물근성은 셈을 하게된다. '160억 빚을 갚고도 남을 정도면 과연 땅값이 얼마나 될까?'

그의 놀이공원은 장흥에 있다. 집과 가까워서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다녀간 적도 있다. 계곡을 끼고있는데다 많은 위락시설들이 들어서있어 유원지로서 각광받는 지역이다. 초기에는 계곡을 따라 식당이 먼저 터를 잡았고 이어서 공방과 세련된 카페가 유명세를 탔다. 서울과도 그리 멀지 않은데 모텔들이 하나 둘 올라가면서 나도 발길을 끊었던 것 같다.어찌됐건 그동안 땅값은 적잖이 올라 있을 것이다.
얼마전 근처 자연휴양림을 다녀오느라 거쳐갔던 적이 있다. 가을이라서인지 계곡의 물도 말랐고 한산했다.
'여름에는 계곡 물이 차있을까? 물은 여전히 맑을까?'
괜한 오지랖이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걸 알고있다. 인간의 탐욕은 물까지 더럽힌다.

옛 명성이 한풀 꺾인 장흥이지만 일요일이면 방문객으로 성황을 이루는 곳이 있다. 언제부터 들어섰는지 알고싶지 않지만 임채무의 두리랜드에 필적할만한 랜드가 있다.
'허경영 랜드'로 불리는 '하늘궁'이다. 두리랜드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고 허경영랜드는 어른들이 찾는다. 최근 재개장하기 전까지 두리랜드는 무료입장이었고 허경영의 강연을 들으려면 10만원을 내야한다. 감당하기 힘들게 된 운영비 때문에 받을 수 밖에 없게 된 입장료 때문에 임채무는 욕을 먹는다고 했고, 허경영랜드는 주민들의 원성과 탄원 그리고 코로나 시국임에도 성업중이다.
세인들에게 알려진 두 유명인의 행보, 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결이 다른 이야기가 지금의 세상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 씁쓸하다.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호감이 가기도 하지만 나는 임채무가 존경스럽다.
그인들 몰랐을 리 없다. 카페가 식당이 그리고 모텔이 돈이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자신의 신념이나 주관과 바꾸지 않은 사람이다. 굳이 경유하지 않고 꿈을 이룬 그의 인생경로가 부럽다.
오르락 내리락 돌고 돌지만 결국 타고 내리는 지점은 한 곳인 회전목마같은 인생이란 걸 이미 아는 사람. 지금도 즐겁게 목마를 타고 노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땅값 차익보다는 훨씬 값어치 있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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