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고귀하다. 라는 주장이 다름아닌 우리 호텔에서 예쁜 아가씨들을 무릎에 앉히고 밤새 마시고 먹고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바로 어린 아이들처럼 행복할 수 있는 부자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가만히보니 가난한 오두막집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하여 떠들어대는 이야기도 다름 아닌 우리 호텔 손님같은 부자들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그들은 버릇없는 아이들처럼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며 인생을 즐기고 서로에게 장난치며 골탕먹였다. 그들에겐 이런 모든 걸 할 시간이 넘쳐났다......... 옆에 앉은 다른 사람은 장작을 패고 있는 우리 호텔 포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저런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지'하는 몽상에 잠겨 노동을 하고 있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부자들은 노동을 찬양하긴 했지만 그들 스스로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노동을 해야한다면 슬퍼하며 불행할 것이다."
<영국왕을 모셨지 - 보후밀 흐라발>는 견습 웨이터로 시작해 마침내 꿈이던 백만장자가 되고서도 결국 인생은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숲으로 들어가는 주인공 디테의 인생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특별한 소수의 고객들만을 위한 호텔 티호타에서 장군, 시인, 고위 성직자, 대통령, 부자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보지만 봐서는 안되고 들리지만 들어서는 안되는 웨이터로서 보낸다. 환락의 밤이 새고나면 그들은 한 손 가득 지폐 다발을 들고 그들을 위해 봉사했던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아무것도 듣지 않았지?'하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다.
1971년 쓰여진 소설 속 이야기가 50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낯설지가 않아서 짙어가는 가을이 더 스산하다. 한국에서는 그 시기(1970) 전태일이 죽었다. 지금도 아르마냑과 프랑스 요리가 올려진 그들의 테이블에서는 '신성한 노동'이라는 지방을 써 붙여놨을 것만 같다. 자신들의 화장실 한 칸만도 못한 오피스텔에서 출발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지 떠들어대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자식에게 그런 삶을 물려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