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에게는 크리스마스만큼이나 의미가 큰 가보다. 집을 떠났던 가족들이 모이느라 국민 대이동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의 추수감사절은 왠지 시렵다. 돌아올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겨울은 유난히 종종거리며 다가온다.
보고 싶은 아빠 저 지영이여요. 왜 우리만 남겨두고 떠나셨어요. 전 아빠가 너무 보고 싶은데 아빠가 떠나서 엄마도 울고 저랑 동생도 다 울었어요. 아빠 얼굴도 못보고 떠나서 정말 슬퍼요. 아빠 좋은 데로 가셔서 행복하세요. 아빠 사랑해요. 큰 딸 지영 올림
5.18 민주묘역 어느 묘비에 새겨져 있었다. 아빠를 그리워했던 딸은 지금 몇 살이나 됐을까. 그래 그건 오래 전 일이라고 하자. 이젠 어쩔 수 없다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고 하자. 그런데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닌데 딸 잃은 엄마의 눈물은 왜 못닦아주는 걸까? 할 수 있는데 왜 안할까? 하겠노라 약속하고서 왜 돌아서 있는걸까? 세월호는 그 이름처럼 세월따라 흘러가도록 내버려둬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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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이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찾아와서 손톱을 내밀고 꽃, 새, 나비, 배, 레이스 무늬, 펄, 반짝이를 그려달라고 하면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다. 또 일 때문에 억지로 웃는 얼굴을 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슬퍼하는 사람을 향해 악담하고 저주하고 조롱하는 인간들도 있었다. 아, 이러다가 정말로 미치는 수가 있겠구나, 심장이 터질 수가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하면서 노현희씨는 울었다.
“예슬이를 잃고 나서, 길에서 눈에 띄는 남의 집 아이들이 모두 예쁘고 아프고 저렸다. 나는 예슬이를 가난하게 키우고 싶지 않아서 돈을 벌었는데, 이제 예슬이가 없으니까, 차라리 돈 벌지 말고 예슬이랑 많이 놀아주었더라면 후회가 덜할 텐데 싶다. 그래도 살아야지,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울어서 미안해요.”
“예슬아, 너의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나는 슬프다/ 김혜정”(예슬이의 친구)
- 한겨레신문 '김훈 안산에 가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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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딸을 위해 돈을 벌던 가게를 접을 수 밖에 없었고 친구는 영원히 단짝의 구두 소리를 들을수 없다. 아빠의 목숨을 빼앗고 딸을 앗아가서 기다릴 사람이 없는 한국의 추수감사절이다.
그래도 29만원밖에 없는 90세 노인은 뜨뜻한 아랫목에서 노곤해져 있을테고, 자식 잃은 부모는 오늘도 청와대 길목에서 발을 동동거린다. 감히 내 새끼를 삼켰던 그날의 차가운 바다만큼 춥겠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