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

by 문성훈

내가 이뻐하는 놈인데 초등학교 1학년이다.
녀석과 나는 친구다. 일단 정신연령이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한다. 녀석은 토토고 나는 알프레도 할아버지가 되고싶은게 바램이다.

제 반에서 가장 키가 크다는데 내 눈에는 파르스름한 핏줄이 들여다뵈는 아기다. 천방지축 오락가락 우당탕탕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걸 보고 있노라면 혼이 나갈 지경인데 그 모습조차 천진난만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오늘은 그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가야될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금요일이다. 일전에 녀석이 내가 원하는만큼 뽀뽀를 해주겠다고 약속한 날이다. 나를 보자마자 약속대로 볼뽀뽀를 열번정도 해줬다. 내가 돌아갈 때까지 해주겠단다.

녀석은 화장실 가기전에 팬티까지 벗고 들어간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깜찍하다
내게는 보면 안된다고 매번 주의를 준다.
오늘은 무엇이 급했는지 거실에다 잠옷 바지와 팬티를 벗어놓고 냅다 화장실로 뛰어간다.
볼일을 마치고 나온 녀석에게 짖꿋게 장난을 걸었다.
"ㅇㅇ야 너 고추 봤어"
"아이 교수님 보면 안된다니까요"
"보려고 안했는데 니가 벗고 쫓아갔잖아"
"그래도 보면 안돼요. 그럼 교수님 경찰서 가야돼요"
아차 싶었다. 요즘은 내 어릴적처럼 애기들조차 엉덩이부터 사타구니까지 뚫린 내복을 입고 다니던 시대가 아니다.
"아냐 . 사실은 못봤어. 너 놀린다고 한 말이야"
"네"

녀석은 마술도 자주 선보인다. 서투른 솜씨에 이미 들통나기 일쑤지만 나는 아낌없는 환호를 보낸다.
녀석은 또다른 마술을 준비할 것이다. 요즘은 새롭게 선보일 저글링을 연마하느라 애꿎은 감귤을 멍들이는 중이다. 그 집을 나서면서 볼뽀뽀를 다섯번 더 받았다. 평소에는 튕기고 잘 안해주던 볼뽀뽀인데 여한없이 받고 돌아간다.

너나없이 제 새끼는 귀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 당연한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제 새끼만큼 남의 새끼 귀한 줄 아는 게 어른이다.
지금의 순수한 모습대로 살아도 되는 세상, 바르게만 커도 눈물 흘리지않는 세상을 물려주리라 다짐해야지 어른이다.

초등학교 1학년도 약속을 지킨다. 꼬맹이도 받은 사랑을 돌려줄 줄 안다. 요즘은 어른이어서 부끄러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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