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목소리만큼 다양하고 오묘한 소리를 내는 악기는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음악이기 보다는 소음이고 감동보다는 불쾌감을 유발한다. 인간은 가장 탁월한 악기를 지녔다는데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현악기 제작자들이 명품악기를 만드는 비결로 첫 손가락에 꼽는 것은 좋은 재료다. 바이올린은 비싼 명품이 많은 악기다. 앞판은 부드러운 가문비나무로, 뒷판과 옆판, 머리부분은 강한 단풍나무로 만든다. 한국의 가야금 또한 마찬가지다. 상판은 오동나무 아래부분은 단단한 밤나무로 만든다. 서로 다른 재료의 속성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종류의 나무를 쓰더라도 좋은 소리를 내는 명품 악기로 거듭나는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과학자들은 명품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트라바리우스가 신비하고 섬세한 소리를 내는 이유가 쓰여진 목재 때문이라는 걸 밝혀냈다. 악기가 제작된 16~17세기 당시는 태양 흑점 활동의 변화로 지구의 기후가 유난히 추워서 나뭇결의 밀도가 높고 나이테가 촘촘하다는 것이 섬세한 소리를 내는 비결이다. 가야금 또한 다를 바 없다. 어느 가야금 장인이 시골마을 외진 바위틈에서 늙어죽은 오동나무를 발견하고 나무 등허리를 손으로 쓰다듬고 손바닥으로 치며 소리를 예감하는 장면을 봤다.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나무를 보러 다닌다고 했다. 최소 25년 보통은 40년 이상된 오동나무를 가져다 판재로 잘라 비바람을 5년 이상 맞춘다.
세상을 아름답고 살만하게 만드는 소리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혹독한 환경에서도 꼿꼿하게 버티고 살아남는 생명력과 한데에서 오랫동안 비바람와 눈보라를 맞은 사람들만이 그런 소리를 낼 수 있다. 질긴 생명력으로 추운 겨울을 견딘 나무가 휘지 않고 쪼개지지 않고 비틀어지지거나 좀쓸지 않는 판재가 되려면 사계절의 풍상을 겪어야 한다. 그렇게 선별된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닌 판재가 자기 것을 버리지 않으면서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보완할 때 비로소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길들여진 소리를 내는 것이다.
세상의 소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밥벌이를 위해 그래야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온실 화초처럼 키워져 제대로 여물지도 못했으면서 바람을 빌어 목소리를 낸다. 추운 겨울을 거듭 나면서 새겨진 나이테도 없는데 고목인 줄 착각하기도 한다. 마르기도 전에 비틀어져 버려야 하거나 쪼개져서 화목으로 쓸 것들이다. 이미 좀이 쓴 지 오래인 것들과 얼기설기 엮어 만들어 내는 소리이니 탁하고 거슬리는 소리만 내는 것이다. 따뜻한 곳에서 계절을 나지 않는 야자수는 나이테 없이도 크고 높이 자란다. 비바람에 뿌리채 넘어지고 한파를 견뎌내지 못한다. 야자수는 실상 나무가 아닌 풀이어서다. 그래서 제 소리를 못내고 넓다란 잎사귀 쓸리는 소리만 낸다. 나는 야자수로 만드는 악기를 알지 못한다.
다른 속성을 지녔어도 충밀한 내면과 곧은 결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내는 소리를 듣고 싶다. 이미 오래전에 버려야졌어야 할 것들과 정체모를 음험한 것들이 어우러져 불협화음을 만들고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
부디 지금 들리는 소음이 쓰레기로 채워진 언 땅을 갈아엎고 새끈한 건물을 올리려는 공사판에서 나는 소리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