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다. 갱자… 세이야 근데 목소리가 와 글노? 몸이 마이 안좋은가배?”
“(허어. 헛… 헛…) 아이다. 누벘다 일어나서 글타. 우짠 일이고?”
“세이야. 아있나…. 니가 하도 글캐싸서… 흥분하지 말고… 지발… 그라모 안된다. 알긋제?. 내 입장도 있고…. 니 혈압도 안좋다아이가. 그라이….내가 이라는 기 잘하는 긴지 모리겠다. 참….”
“야가요…. 뭔일인데 이래쌌노? 와? 무신 일인데..?”
“내… 내…. 지금... 약국댁이 하고 같이 있다. 와 박연희… 말캐 다 말했다. 빌어라꼬…. 안그래도 지도 죽을라칸다. 그때 뭐시 씌이가꼬 그랬는지 모르겠담서…. 지도 모르는 기 많았다고... 그라니까….
지발. 생사람 쥐 잡드끼 하지말고… 찬찬히 말해라. 알긋제?. 50년이다. 50년 전이다…. 우식이가 환갑 다되간다 아이가. 그라이. 점잖이 말해라. 니 생전 안그랬다 아이가. 알긋제?”
“뭐라꼬? 그 년이 지금 니하고 있다꼬? 오이야. 바꿔도… 알긋다. 알았다카이… 하이고. 무섭기는 무서벘는갑네. 죽을 때가 되이 천벌 안받을라꼬…. 알겄으니까 바꿔도 마. 퍼뜩!”
“잠깐만 있어봐라. 바꿔주께...지발...으이,. 그라몬 몬쓴다. 내 말 수비 듣지말고...가도 팔십이다. 쪼그라진 할매다 할매...으이... 이걸로 끝내고... 지발 ”
그녀는 눈을 찡긋하고선 명숙에게 전화기를 건네줬다.
“사모님….. 예… 박연희입니더. ………예… 예….
죽을 죄를 지었습니더…….. 지가 죽일 년입니더.…하모예…. 몰랐습니더. 진짜라예……. 예……. 예……. 제가 뭘 알았겠심니꺼….. 지가 스무나믄살 묵어가꼬 세상을 알모 얼매나 알았겠심니꺼…… 용서해주이소…….. 예……. 죄송합니더……… 하모요 빌어야지예…… 예….예…. 뭔 할 말이 있겠십니꺼…….. 그라모예 천벌받을 일이지예... 예….. 예... 잘못했심니더. 용서해주이소....예....예”
수화기 밖으로 새어나오는 유리창 깨지는듯한 날카로운 파열음에서, 간혹 섞이는 으르렁대는 짐승의 그 무엇이 언니가 무슨 말을 쏟아내고 있는지 가늠케했다.
그건 말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수십년동안 목구멍 저 아래 깊숙히 엉겨붙어있던 응어리였고, 심장을 틀어막아 가쁜 숨을 쉬게했던 피떡이었다. 그걸 토해내고 있는 중이었다. 언니는….
“세이가 뭐라카드노? 욕봤제. 참말로 욕봤다. 인자야 내가 너무 미안타... 암만 둘러봐도 니한테배끼 부탁할 데가 없더라. 암만… 우짜겠노. 사람부터 살리놓고 봐야제. 니가 사람 하나 살맀다. 우리 세이 살린기다. 니가…”
“와…. 언니… 와… 우리 클 때…때도 느그 언니 안저랬다 아이가….. 와…. 언니 저리 변해삔나. 하이고 시상에…. 얼매나 한이 맺힜으모 저라겠노…. 참말로 씨네.... 저린 씬 줄 몰랐다. 느그 언니.”
“안글치…. 안그랬지. 병이다. 병… 홧병이 됐다 아이가…. 생각하모 할수록 기가 맥히고 불쌍타…. 우리 세이.
옆집 창이 아재가 연장 빌리러 와도 부끄러버서 빼또롬하이 고개도 못들고 건네주던 세이 아이가. 내사 사내 맨키로 쏘댕기고, 아부지 몰래 니캉 놀러나가고 캤어도….
아부지가 내보고 “저 물건 저거는 애저녁에 글렀다. 저거 오데 시집보내노?…” 캤지. 세이는 천상 여자 아이었나. 학교 댕길 때말고 동구밖으로 나가 본기 아매 지 시집갈 때였으끼다.
저리 된 기 얼매 안된다. 환갑 넘어서부터 기미가 보이드마. 저라네…… 내도 저리 심중에 굵은 쇠말뚝이 박히있는 줄 몰랐다. 하이고 저 세월을 부처맨키로 살았으이 속이 안곪고 배기겄나”
“글케. 안다. 내도…. 흐이구…. 동재 아부지도 그랬다 아이가. 첩사이 첩사이… 우째 생긴거는 소 때리잡는 백정겉은 기…. 참말로….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카드만 사방팔방에 안찝쩍거린 여자가 없디라. 시뻘건 구찌베니 바른 술집 가스나들은 천지삐까리로 찾아오고...
하이고… 우리 시어머니는 또 어떻코... 말도 마라… 니 알제? 내가 우찌 살았는지. 그래도 언니네 형부는 셋째아들이제. 막내아이가? 맞제?
울 시어머니 돌아가시믄서도 똥오줌 내가 다받아냈어도... 빤히 내를 보믄서… 당신 아들 운제 오노 물어보더라. 당신 없더라도 하나삐 없는 당신 아들 잘 봐주라카믄서….
생각하모 꿈 겉다. 살아온 기…. 생떼거튼 새끼들 아이었으모 벌써 내도 이 세상 사람 아이끼구마.
으이야 그란데 내도 참… 우짠다고 가시내 그 막내까지 셋이나 나았으꼬 그자? 하나만 낳고 말모 됐을그로. 그라모 동재 그거 지 할매한테 앵기고 도망이나 수울케 갔을낀데…..
하이고 발가벗고 미친년 맨키로 자갈밭 구른거 같구마. 아이다. 미친년은 생각이라도 없제.
울 아부지 초상에도 출상 전날에 보내주더라. 사람 아이제… 하모 아이다. 씻고벗고 내 하나배끼 없는 불쌍한 울 아부지인데… 우째 그리 독했으꼬…. 내 안다. 느그 언니가 우떻는고... 그 맴이 맴이 아이다. 니도 모르끼구마”
“하모. 니 산 세월이 산 목숨으로 살았던기가 어데. 그래도 우찌 그리 살아온 기 용타.
다 글치 뭐…. 우리사 다 그래 살아야카는 줄 알았제. 다 그리 사는 줄 알고…. 친정부모 욕뵈일까봐. 오래비 무섭고, 동네 망신시킬까봐 오도가도 못핸기지.
아무튼간에 욕봤다. 저래놓으모 좀 안풀리겠나.
지도 아프면서 서방이라고 영감은 또 끔찍히 챙긴다. 참 무섭제. 무서버…. 보고 큰 기... 배운기 참 무섭드마. 큰 딸이라 그런가. 딱 하는 기 쪽만 지모 조선시대 여자다 아이가. 조선시대에도 저리 안했을끼구마.
한번씩 저래 홧병이 도지가 터지서 글치. 저그 엄마 저라모 우식이도 못말린다. 형부는 인자 설설 긴다. 저번에는 이불 뒤집어쓰고 사시나무 떨드끼 손가락을 떨더라카데. 우짜다 그리 됐는지….. 소시쩍에 그 용심은 다 오데 가고…
하이고…. 그래도 느그 동재가 효자 아이가. 즈그 아부지 하는 거 봤은께 마누라한테도 잘 하제?”
“어. 잘한다. 동재 가는… 내한테도… 즈그 집사람한테도…. 알라들한테도 끔찍하고…. 쬐맨한 거 고 딸래미 고거 전화하모 회식하다가도 부리나케 들어온다카대. 하기사 요새 사내가 안그라모 살아남겄더나? 이혼당하기 십상이지 하모.
우리때야 이혼이 뭔 줄도 모르고 살았지만 하모 죽는 긴줄 알았지. 인자 그리되모 지 신세만 안된기지 뭐. 요새 젊은 기집들이 봐주나 어데. 클나지. 우리 살던거 치모 천지개벽한기지 뭐.
아인나 성재 처… 가가 참 인정시럽고 착하다아이가. 저번 주에는 내 좋아한다고 지가 나물 몇가지 무치고 한과 사갖고 왔더마. 지 남편 없이도 혼자서도 잘 온다. 인자 눈만 붙은거 고거 델꼬…. 홈쇼핑 보다 엄니 생각나서 샀다믄서. 내 이빨 안좋다꼬 한과는 괜찮을끼라고... 말캉해서…. ”
“하이고매 둘째매느리도 잘봤네. 고기 참 기특하네. 그래 내 성재 장가갈 때 본께 아가 복시립디만… 웃는 기 곱더라. 고 밑에 하나 낳았나? 더 안낳는다카드나?”
“어데. 성재는 마흔 둘에 장가 안갔나. 하나모 됐지. 지 각시가 그리 좋은가 비디라. 며느리 가도 성재를 얼매나 좋아하는지.
내 앞에서도 지 남편 손을 꼭 잡고 뭐 맨지는거 맨키로 쓰다듬어쌌대. 지 신랑 안방 드가모 쫄쫄쫄 따라 들어가고, 쇼파 앉아있으모 담쟁이 붙은거 맨키로 착 달라붙어가꼬…ㅎㅎ 내사 얼매나 이쁘던지….. 늦게 만나도 그리 되모 좋은기지. 내 원수는 넘이 갚아준다 카드만 그걸로 내 원 풀었다.”
“잘됐네. 잘 만났네 그쟈. 인연은 따로 있는갑다. 그리 살모 됐지. 하모…. 느그 사위도 잘한다 아이가. 정희 가도 지 남편한테 잘할끼구마. 애교시리버서….
참... 니 뭐 묵을래? 맛있는거, 비싼거 사주께. 준이가 고기 연하다고 델꼬간 데가 참 맛있대. 전화번호 내가 안다. 니하고 고기 묵으러 갈지 모른다칸께 전화번호 갈차주더라. 지가 모시야 되는데 카믄서 죄송하다꼬 현이 불러서 그 차 타고 가라카데…. 아이모 우리 둘이서 가도 되고….. 아 들 묵고 살끼라고 바쁜데 뭐 불러쌌켔노.”
그렇게 갈무리가 된 줄로만 알았다. 폭풍우 몰아치고 터진 둑처럼 한번에 묵은 것들이 쓸려나가고나면 잔잔해질 줄로만 알았다.
이 날의 가면극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줄은 꿈에도 알 수 없었다.
자매 사이를 갈라놓는 사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