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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Mar 31. 2021

기레기와 치킨

“오늘만 최선을 다해 살아요. 내일은 저의 영역이 아닌 것 같으니까요. 내일까지 걱정하며 살고 싶진 않아요”
그녀의 ID는 ‘치킨코리아마담’이다. 자신은 ‘새가슴’이라며 웃는다. 여기서 치킨(Chicken)은 겁쟁이란 뜻이다.

김영미PD.
시리아, 아프카니스탄, 소말리아등 전세계 분쟁지역을 취재하는 국내유일의 분쟁지역 전문PD의 별명치고는 의외다.
늘 비행기가 이륙하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무사착륙을 빈다. 직접 당한 두번의 테러로 폭격소리 비슷한 천둥소리와 로켓포소리 같은 냉장고 여닫는 소리가 두려운 그녀는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앓고있다.
이라크에서는 창가에 앉아있다 폭탄테러를 당했다. 그 트라우마로 평소에도 창가에 앉는 걸 두려워한다.
“거기서는 용감해지면 죽어요. 총쏘고 폭탄터져서 죽을 판국인데 무슨 취재예요.”
달변이라기보다는 막힘없고 진솔하다. 말에서 느껴지는 차분하고 겸손한 태도가 산재한 위험으로부터 그녀를 지켜주지 않았을까 짐작하게 한다.

그런데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확고하다. 왜 이렇게 위험한 일을 공포에 시달리면서도 20년 넘게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인간을 내일을 알 수 없잖아요. 신만이 아시겠죠. 평생 안고 가야할 숙명인데 그럴 바에는 현장에서 좀더 충실하게 취재해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저의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의무는 “지구 어느 나라든 여행이나 사업을 위해 우리 국민들이 가게 되는데 인터넷 정보 같은 기본적인 정보도 참고가 되겠지만 취재해서 크로스체킹된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해서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잊고 있던 저널리즘의 의미를 떠올리게 하고 오랜만에 기자다운 기자를 만난 것 같아 반갑다.
자신에겐 이것이 의무이기도 하지만 ‘설사 아무도 알아주지않더라도 스스로 지켜려는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했다. ‘기레기’라는 표현을 맘놓고 쓸 수 있게 된 한국 언론 상황에서는 그녀의 이런 말이 오히려 생소하고 낯설다.  

그녀는 프리랜서PD다. 소속되어서는 분쟁 지역의 현장상황을 모르는 언론사 데스크의 지시로 생길 수 있는 위험과 갈등때문이란다. 그로인해 무리수가 생길 수 있고 무엇보다 장면을 연출하는 황색언론이 될 우려가 크다고 한다.  급박한 현장에서 자신의 판단력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이 생기고 분쟁지역 취재는 곧 사람과의 소통인데 카메라에 담기전에 충분히 마음을 나눌 시간도 가지고 자유롭게 취재하고 싶다고 했다. 국내 기자들은 책상머리에서 소설쓰듯 쓰는 기사를 목숨을 걸고 취재하고 고생을 사서하며 쓴다.
그로 인해 그녀는 국내에서 책 출간, 강연, 방송사 아르바이트등으로 취재 비용을 조달한다고 했다. 당연히 돈을 벌 수가 없지만 자신의 취재로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되고 국민이 현장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고도 했다.

그녀는 누구나 바라는 ‘특종’이 무섭다고 했다. 사회적 파급력을 생각하면 취재강도가 높아져 오히려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다큐멘터리는 인간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휴머니즘으로 만들어진다"는 그녀답다. 분쟁지역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세계 평화를 위한 공존의 첫걸음이라는 그녀의 말에 공감하면서 스스로 정한 정년 만60세 까지 그 걸음이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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