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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May 13. 2021

특급 레시피

으갠 청포묵과 섞은 찹쌀 위에 나무두릅을 삥 두른 후 옥수수 삶은 물을 넣어 30분동안 찐다. 이 찹쌀밥과 곱게 간 바나나를 섞어 살짝 볶으면 1차 재료는 준비됐다.
쌀,조,콩 여러 곡식으로 만든 대형 전병 두장을 깔고 병아리콩을 쏟아부은 다음 다시 전병을 덮어 찐다. 쪄낸 콩의 껍질을 까서 간 후 다시 체에 곱게 걸러내면 2차 재료도 준비된 것이다.

이제 이 재료를 섞을 물을 만들 차례다. 찜통 바닥에 두툼하게 소금을 깔고 그 위에 통옥수수를 포갠후 계피로 덮어 쪄낸다. 이 찐 옥수수에 말린 표고, 우엉, 다시마를 넣어 삶는다. 이렇게 우려내면 반죽물이 된다.
한가지가 더 남았다. 우유에 믹서에 간 달콤한  배를 섞는다. 거기에 맥주를 부은 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재료 준비가 끝난다.
마침내 밀가루와 1, 2차 재료와 반죽물, 배우유와 잘 섞으면 반죽이 된다. 이 반죽을 4~5시간 숙성해서 쓴다.

평택의 호떡 달인이 공개한 호떡 반죽의 비법 레시피다. 이 럭셔리, 최고급 궁극 호떡의 가격은 자그만치 1,000원이다. 잘못 쓴 게 아니다  만원 아니고 천원 맞다.

타고난 반골기질과 자존감의 살짝 어긋난 가지인 시건방짐이 겸비된 (거기에 약간의 똘끼까지 양념으로...) 나는 아무리 잘나고 대단한 사람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할말은 한다는 걸 무슨 훈장쯤으로 여기는 소인잡배다.
그런데 이런 분들 앞에서는 유리창 깬 어린 아이처럼 고개가 숙여지고, 시라소니 앞에 선 동네 양아치처럼 꼬리를 만다.

항상 연구하고 실험한다고 했다. 자신은 시름을 덜었지만 노점에서의 15년 고된 삶을 잊지않고 어려운 주변을 챙긴단다.
할애비, 애비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으로 기부니 납부니 광 내는 재벌3세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니 아무리 뻣뻣한 나지만 절로 그 앞에 쪼그라들고 옹색해지지 않을  재간이 없다.

국회의원들은 지들끼리 마음에도 없는 '존경하는...'을 붙여 공대를 주고 받던데 이런 분이야말로 존경받아 마땅하다.
아인쉬타인의 공식이 핵의 공포와 위협을 전염시켰다면, 달인의 레시피는 서민의 먹거리를 격상시키고 삶을 풍요롭게 해줬다.
삶의 무게를 달 수 있는 저울이 있다면 세상이 좀더 나아질런지도 모른다.

진정한 위대함은 평범함에 땀을 줘서 꿈이라는 소박한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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