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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Jul 25. 2021

각성

"먹고 자고 사는 곳이라고 한 것은 참 적절한 표현이야. 이들은 뗼 수 없는 한 단어로 생각해야 돼. 먹고 자는 것에 관심없이 사는 곳만 만들겠다는 것은 그릇만 만들겠다는 얘기잖아. 그러니까 나는 부엌일, 빨래, 청소를 하지 않는 건축가에게 적어도 내가 살 집을 설계해 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어."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 마쓰이에 마사시, 김춘미>

어젯 밤. 느슨하게 풀린 채 그저 그렇고 그런 수다를 풀어놓는 예능 프로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 밑에서 확 '끌어당기는'...."라는 말에 척추를 곧추 세웠다.
그는 15년동안 직업군인으로 근무하다가 가수가 됐다. 군인 중에 군인. 험하고 위험한 전장에 투입하는 특전사의 정예 부사관 출신이다.
"확 끌어당긴다."는 낙하할 때의 느낌을 자기 식으로 말한 것이다. 100회 이상 낙하 훈련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 해보거나 당해보지 않고 눈과 귀 그리고 몸으로 체감하지 않은 숱한 것들을 나는 겉과 달리 얼마나 무심하게 받아들였었나. 그리고 함부로 가볍게 뱉었던 말은 얼마나 될까.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내 뒷덜미를 확 채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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