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성훈 Aug 22. 2021

요즘 늙은 것들은... 2편

국가대표

TV에서 뉴스를 안 본지 4,5년 정도 된 것 같다. 신문을 끊은 건 좀 더 오래됐다. 세상 소식은 인터넷이 거의 유일한 통로다.
사실 그마저 이런저런 사정으로 며칠, 몇 주 들어가보지 않아도 별반 달라지거나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조용하고 별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우성이고 별의별 일이 다 생기지만 한 걸음 물러나서 보면 한결같이 악다구니에 불과하고 별 시답잖은 사건으로 난리를 피우는데 불과할 때가 많아서다.
정말 중요하고 반드시 알아야 할 세상 소식은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것들이다. 기후변화, 환경파괴, 인권문제, 세계정세 같은 것 말이다.

국내 정세는 올림픽으로 치자면 본선도 오르기 전에 국내 선발전부터 난장판이다.
각 팀에서 내 보낸 선수들은 무자격자부터 초보자까지 각양각색이다.
선의의 경쟁은 기대할 수도 없는데다 파울 휘슬을 부르는 심판도 없는 진흙탕 싸움이지 경기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경기를 보고 있다.

대통령이 된다는 건 국제무대에 나갈 국가대표가 된다는 의미다.
국가대표 얘기를 하자면 김연경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오랜 룸메이트이자 3 번의 올림픽을 함께 뛴 양효진이 한 말은 무척 시사적이다.
“어릴 때 제가 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도 그냥 좀 신기했었어요. 그런 마인드 자체가… 우리 상황과 본인이 생각하는 대표팀의 이상적인 상황이 너무 거리감이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계속 앞장서서 항상 바꿔나가려고 노력을 언니가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언니가 바꿔 나가려고 했던 부분들이 지금까지 다 그렇게 바뀌어서 저희가 현재 많이 누리고 있거든요.  
항상 연경 언니가 얘기를 했어요.  ‘우리가 이런 부분부터 바뀌어서 선수가 대우를 받아야… 선수가 이제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또 좋은 성적이 나야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고 얘기했었는데 그런 게 저는 아직도 정확하게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뭔가 애국심이 남달라서 그런 건가’ 라는 생각도 진짜 많이 했었고…. 보통 사람들보다는 생각이 확실히 달랐던 것 같아요. (올림픽) 마지막 날에도 저희가 다같이 얘기 할 때에도 진짜 거의 한 사람도 빠짐없이 울었는데 언니가 그렇게 우는 모습도 사실 처음 봤어요. 너무 마음이 아파서 저도 거의 한 시간을 계속 울었던 것 같아요. 그 눈물이 뭔가 말은 하지 않지만 이때까지 고생한 게 그냥 다 느껴졌어요.
재작년부터 복근이 찢어졌는데도 본인이 시합을 뛰어서 티켓을 따려고 했었고, 또 올림픽 와서도 저희가 사실 예선 통과하기도 힘들다는 얘기를 다들 했었거든요. 그런데 4강까지 올라갔다는 그 자체가 고마운 마음이 좀 교차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이런 선수가 다시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우리 국민 역시 그런 대통령을 바란다. 지금은 멀어 보이는 이상적인 국가를 지향해서 솔선수범으로 조금씩 바꿔가서 마침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과 국제사회 속에서 높은 대우를 받는 국민이 될 수 있게 하는 리더말이다.
마침내 무거운 국가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며 재임기간에 겪은 온갖 고초와 번민을 눈물로 쏟아내는 인간적인 대통령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런 대통령에게 한없는 감사와 존경을 보내는 국민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대통령을 다시는 잃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요즘 늙은 것들은... 1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