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 미술관이 재개관한단다. 일단은 축하부터 할 일이다. 어쨌거나 리움은 국내 최대 사립미술관이니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는게 나을테니까.
디자인 강의를 하면서 한 학기에 두 번 이상은 의무적으로 전시회 관람을 하게 했다. 가볼만한 전시회도 소개했다. 회화, 현대미술 그리고 조각이나 조형전은 빠트리지 않았다. 비엔날레는 중요한 학습장이다. 학점과 리포트작성을 위해 가긴 했지만 전공과 무관하다는 원성섞인 평가도 받았다
예술에 조회가 깊고 사랑해서가 아니다. 너무 몰랐고 사랑하고 싶어서다. 아쉬움이 후회가 되고 그 후회가 두고두고 아파서였다. 학생들이 나처럼 아파하지 말라고, 진짜 중요한 걸 놓지고 후회하지 말았으면 해서였다.
나는 건축학을 전공했다. 건축학은 공과대학에 속해있었다. 우리는 공돌이라 불렸고 취직도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 설계는 미술과 다른 작도라고 생각했고, 예술과 디자인은 애초부터 태생이 틀린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배우고 졸업해서 뿔뿔이 흩어졌다.
당시는 남이 잘 가지 않던 길을 개척한답시고 인테리어를 택해서 좋았던 것이 있다면 많은 사진과 디자인 서적, 그리고 간간히 외국을 다닐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독학하다시피 시각을 넓히고 새로운 생각 아니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건축도 인테리어도 미학과 예술을 이해 못하고서는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며, 건축이 인문학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세계적인 작가의 전시회나 현대미술 전시회를 빠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내게는 조금 더 큰 캔버스와 전시 면적이 주어졌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둘러본다. 잘 모르면서, 있는 그대로 느끼는 대로 받아들인다.
어떤 때는 퀘션마크를 지팡이 손잡이처럼 쥔채 절뚝거리며 돌아오고 ,어떤 날은 하루종일 전시장을 떠나지못하고 그곳에서 끼니를 때울 때도 있다. 내게 있어 전시장은 학교이면서 체험장이다.
대학생들이 책을 보지 않는다. 과제와 시험 때문이 아니라면 전공과 무관한 책을 들여다 보는 경우가 드물다. 어쩌면 그럴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도 책을 읽는 것은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란 걸 말해주고 싶다.
부작용없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백신이다. 경쟁의식, 이기심, 기만, 거짓, 권위주의 등 지독한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맞아야 할 백신이라고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대학 도서관을 가진 대학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명문의 기준은 여러가지겠지만 도서관도 평가 기준으로 충분하다. 규장각 도서를 소장한 서울대학교일까.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소장 도서의 가치로 평가할 것인가. 장서수로 비교할 것인가. 수용인원이나 시설이용객의 만족도로 따질 것인가 그도 아니면 시설이나 디자인적으로 우수하고 아름다운 것을 따질 것인가 하는 문제 말이다.
'느티나무 도서관'이라는 사립 공공도서관이 있다. 아파트 단지 숲 사이에 있는 지상3층 지하1층 규모의 자그마한 도서관이다.
‘사립공공도서관’ 개인 사재를 털어 지었지만 비영리 공익재단이 운영하는 도서관이라는 말이다. 조금만 비켜난 입지면 더 싸게 지을 수 있었을텐데 이용자의 접근성을 위해 일부러 비싼 땅에 지었다. 6개월동안 건축가와 운영자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고 토의하며 심혈을 기울여 지은 도서관이다. 지금은 우리나라 지자체들이나 관련가들이 도서관을 구상할 때 견학가는 코스가 됐다.
입지 선정에서부터 운영방식, 현대 도서관의 진정한 의미를 두루 갖추고 있어서다. 책을 잃어버리는 것을 꺼리지 않는 도서관, 아이들 열람실에 해먹이 걸린 놀이터 같은 도서관, 그다지 넉넉한 살림도 아닐텐데 비싼 책 위주로 사들이는 도서관이다. 개인이 구입하기 어려운 책을 갖추는 게 도서관이라서 그렇게 한단다.
기업이 지은 도서관도 있다. LG상남도서관이다. 이름처럼 LG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과학 기술 분야의 전문 도서관이다. 세계최초의 유비쿼터스 시각장애인 도서관이기도 하다. 시설면이나 운영인력, 자금력에서 훌륭한 것은 더 말할 나위없다. 재벌가의 저택을 문화재단에 기증해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상남은 연암(구인회)의 아들 구자경의 호다. 그들 고향인 진주의 진주시립도서관의 뿌리가 바로 연암이 짓고 상남이 확장한 연암도서관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디지털 도서관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김수근의 기하학적 조형미 때문이지 도서관 근처에 사는 지인의 말을 빌면 왠지 접근하기가 꺼려진단다. 그래도 늘 한산한 것 같아서 한번쯤 이용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미국이 자랑하는 뉴욕공립도서관은 비싼 뉴욕 한복판에 있다. 10년째 공공서비스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외지인이 뉴욕에 이사오면 자유의 여신상이 환영인사를 하고 도서관이 오리엔테이션을 시켜서 진정한 뉴요커를 만든다”는 말이 모든 것을 대변해 준다. 이 도서관 때문에 이사를 못가는 사람들이 있고, 이사를 갔다가도 돌아온단다.
미국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데 용인의 ‘느티나무도서관’이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하니 반갑고 고맙다. 도서관 때문에 이사를 못간다는 동네야말로 최고의 풍수지리를 품은 8학군이다.
카네기(1835~1919)는 자수성가한 미국 최고의 갑부다. 미국에만 1,600개의 도서관을 지어줬다. 당시 미 대륙 전체의 도서관 숫자보다 많다. 세계적으로는 2,500개를 지어줬단다. 뉴욕공립도서관에도 520만달러를 기부했다고 한다.
리움 미술관의 재개관과 함께 열리는 전시회는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세대교체의 의미도 있다고 전한다. 부장의 수장고 개방을 다같이 기뻐하는 것만 같다. 하기야 눈 호강도 호강이다. 그러고보니 호암미술관도 있다.
재벌 딸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계열 백화점 명품관 개관을 진두지휘하던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 그런데 어쩐지 씁쓸하다.
흔히 삼성그룹의 돈줄은 삼성생명이라고 한다. 삼성생명은 보험으로 돈을 번다.
존 밀턴(1608~1674)이 그랬다. “좋은 책은 영혼의 보험이니 영원히 잊히지 않도록 소중하게 여길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