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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Nov 07. 2021

세상을 밝히는 빛 1

우리집 식탁등은 1차 세계대전 당시의 복엽기 날개 모양 같기도 하고 랍스터의 겹쳐진 등딱지같기도 하다. 팬턴트 형식의 여느 식탁등과는 다른 형태다. 사무실에 쓰였던 등이었기 때문이다.

이 등은 친구가 어느 외국계 회사의 인테리어 작업을 하면서 썼던 제품이다. 그것을 친구가 자신의 사무실에 가져다 썼고, 친구 사무실이 이사를 하게 되면서 평소 눈여겨 보던 내가 점심을 사고 2개를 얻어 온 것이다. 그러니까 재재활용인 셈이다.
나는 이 등 한가지로 가보지 않은 그 외국계 회사의 전경을 짐작할 수 있다. 천장매입형이 아니니 천장은 높았을 것이고, 조도가 높지 않으니 책상마다 늘여뜨렸을 것이다. 그리고 집중력을 높이느라 주변은 어두운 색을 썼을 것며 천장은 밝은 색이었을 것이다. 이런 세련된 디자인의 등을 사무실에 쓸 정도면 바닥은 대리석이나 카펫을 깔지 않았을까.

내가 이 식탁등에 변화를 준 것은 형광등을 바꾼 정도다. 원래 하얀빛을 내는 주광색등이었던 것을 노란빛이 나는 전구색으로 바꿔서 달았다.
우리가 흔히 주광색이라고 하는 하얀 빛은 색온도 5700~6500k (k는 켈빈 kelvin이라는 온도 단위), 노란빛은 2700~3200k이다. 그 중간 영역대(3500~4500k)를 주백색이라고 하는데 최근 각광받는 추세다.
참고적으로 한낮의 태양빛이 6500k다. 하얀빛이라고는 하지만 실은 푸른빛이 도는 차가운 흰색 (cool white)다. 논리력이나 사고속도를 높여준다고 알려져 있다. 노란빛으로 갈수록 상상력과 창의력을 높여주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준다. 4500k에서 정신적인 피로도가 가장 덜해서 장시간 작업에 좋다.
그러니까 활동적인 시간대에는 한 낮의 태양빛이 주광색, 휴식과 안정을 취하고 싶다면 전구색을 권할 만하다.

조명장치는1879년 에디슨이 필라멘트로 백열등으로 밤을 밝힌 이래 더 밝은 빛을 내는 수은 증기가 들어간 형광등 그리고 지금은 백열등 열의 단점도 없고, 이전의 어떤 등보다 대폭 전력소모를 낮춘 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LED등으로 발전해 왔다.
우리집 식탁등은 꽤 오래된 것이라 형광등을 사용한다. 지금은 형광등 규격에 맞춘 LED형광등이 나와있는데 아직 성성한 형광등을 모아둔 것이 남아있어 시도는 하지 못했다.

문화권마다 조명의 선호도가 다른 것 같다.
외국 여행 중에 관찰해보면 유럽은 전구색 빛을 선호하고 스탠드등의 활용도가 높다. 호텔 천장에 등이 없는 경우도 흔하다. 동남아 지역과 한국은 주광색이 단연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고 천장등이 없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같은 발광방식과 전력이라면 주광색이 더 밝고 전구색이 어둡다.
그 이유를 몇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는데

첫번째는 멜라닌 색소가 적은 서양인의 홍채가 선천적으로 빛에 취약해서가 아닐까 싶다. 그들의 눈은 내구성이 약해 밝은 빛에 쉽게 눈이 시리고 아프다. 그들의 선그라스는 멋을 부리기 위한 것이 아닌 것이다. 레이벤은 서양인의 높은 코에 맞춰 제작된 것이고 짙은 컬러의 렌즈는 터널이 별로 없는 그들의 도로 상황에 걸맞다.

두번째는 생활방식의 차이다. 청소하며 서양사람은 쓸고 한국사람은 닦는다. 서양에서는 침대에 오르기 전까지 신을 신고 있고, 동양인은 집안에 들어서면 맨발이다. 한국만 하더라도 개를 방안에 들여놓은 지가 불과 얼마되지 않았다. 유럽 가정에 흔히 깔아놓은 카펫에는 개털과 각종 먼지 그리고 진드기가 함께 뒹군다. 게다가 우리처럼 걸레로 닦지 않으니 구석구석 깨끗할 리 만무하다. 굳이 집안 전체를 밝게 할 이유가 없다. 소용될 만큼의 조도면 충분한 것이다.

세번째는 미적 감각과 의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유럽의 가정과 가게에는 국소 조명을 주로 쓴다. 가족들의 액자나 그림, 쇼파 옆 협탁, 티 테이블 위에 놓인 브라켓등이나 스탠드등으로  국소 조명을 적극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자랑하고 싶은 것은 그런 것들일 지 모른다. 실용적이고 검소한 생활 습관도 한 몫을 한다. 개별로 끄고 켤 수 있다.
한국은 대체로 전체 조명을 선호한다. 입구도 거실도 방도 환하게 비춰서 모든 사물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한가지라도 부족하다 싶으면 채워 넣거나 교체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천장등이 아직도 많이 쓰이고 주광색이 전체 조명등에 쓰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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