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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Dec 16. 2021

이런 날이 좋다

나는 왜 글을 쓸까? 작가도 아니고 글로써 내 존재를 드러내야 하는 직업도 아닌데 굳이 쓰는 이유가 뭘까?

때로는 돈 한 푼 안생기고, 보상도 없는 이 작업에 들이는 시간과 공력을 생각하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허망함과 한심함을 누르는 무언가가 분명 있을텐데, 그래서 이러고 있을텐데 아직은 뚜렷하게 잡히지 않는다.
다만 내가 이해하는 세상과 지나온 시간을 타인에게 전하고 싶고, 내가 품고 있는 삶의 비전을 나누고 싶어서가 아닐까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글을 쓰기에는 한참 부족하고 협량한 사람이다. 그래서 곧잘 막히고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 그나마 내 한계를 드러내고도 쓸 수 있는 뻔뻔함과 내 실수와 편견을 인정하려는 겸손함 정도가 버텨주는 힘이다.
그런 내게 용기와 깨달음을 주는 말씀이 있어 받아 적었다. 내려치는 죽비가 시원하다.
 
" 남에게 공격받지 않기 위해서 많은 안전장치를 만들고, 많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많은 도피처, 은신처, 회피통로를 설치하면서 쓴 글을 나는 읽지 않습니다. 그런 글은 좋은 글이 아닙니다.
특히 내가 싫어하는 글은 남의 글을 인용해 놓은 겁니다. 공자, 맹자,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서양철학자 무슨 니체, 칸트 인용해서 쓴 글, 나는 그런 글을 쓰레기로 봐요. 쓰레기....
글을 쓰려면 자기의 몸과 자기의 생이 글과 맞부딪친 흔적을 남기면 되는 겁니다. 칸트니 니체니 거기다 끌어들일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이것은 나의 생각이고 그렇지 않고 자기 나름의 글을 쓰는 분도 있겠죠. 많은 인용을 하고 훌륭한 사상가, 철학자, 문학가의 경구를 인용해서 쓸 수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인용에 관해서 말을 하자면 내 글을 쓰면서 어떤 사람을 인용해서 글을 쓰고 토대를 만든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 반대로도 할 수 있습니다. 그 반대되는 인용을 다 만들면서 글을 써도 훌륭한 글이 됩니다. 그 반대로도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런 걸 보면 참 글이란 것은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나는 내 글이, 내가 쓴 컬럼이 오류나 편견이라 할 지라도 그냥 나를 밀고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 김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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