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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Mar 18. 2022

삐에로도 집을 짓지

세 장면이 떠오른다.

1. 한때 인기를 끌던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가 있었다. 유현준 교수가 "한국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방에서 방을 보는 것"이라며 "아파트 벽에 창문을 뚫어 집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면 더 넓게 느껴진다"는 말을 했다. 불법(그 역시 불법이라고는 언급했다) 여부를 떠나 현대 주거에서 벽의 역할, 한국 건축에서 방과 방 사이에 있는 바깥. 즉 대청마루나 마당을 제대로 이해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파트는 설사 벽을 허물더라도 박스 구조 안, 즉 전체가 실내에 불과하다. 한옥의 요소를 끌어다 댈 대상 자체가 안된다.


2. 얼마전 대선 방송에서 그가 다시 등장했다. 청와대 리모델링 방안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방식이었다. 방송사는 국가 중대사가 결정되는 개표 방송 직전에 왜 저런 기획을 했으며 왜 그는 국민을 상대로 청와대 리모델링을 설파하는지 의아스러웠다.


3. 방귀가 잦으면 똥 싸기 쉽다고 마침내 그가 최근 한 라디오 프로의 인터뷰에서 의도가 드러나는 일반인조차 이해하기 힘든 말을 함으로써 뉴스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대화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 김현정>....청와대 이전 문제, 건축학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 유현준>신의 한 수가 아닌가 싶기도..... 제가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는데 예전에 한번 국방부에 강연차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거기 가보고 제가 태어나서 봤던 뷰 중에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알쓸신잡에서 멤버들과 나눈 수다 수준의 아파트 얘기는 나와는 서로 다른 지식 배경과 견해차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선 개표방송에서의 청와대 건축이야기도 생뚱맞지만 방송사의 기획에 따른 건축가의 견해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라디오 프로에서 나눈 대화는 내 눈과 귀를 의심케했다.

물론 좋은 답을 얻으려면 좋은 질문부터 해야한다. 김현정의 질문은 분명 잘못됐다. 청와대의 이전문제는 건축가에서 물어볼 수 없는 사안이다. 나는 건축을 공부하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대통령 집무실을 건축학적으로 다룬 경우를 보지 못했다. 일단 기밀 시설이어서 제대로 된 설계도같은 자료 노출이 안되는데다. 건축보다 훨씬 면밀하게 따져야 할 주요 사안이 많은 건물이기 때문이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풍수지리를 보는 사람이나 점쟁이에게 했어야 되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런 저급한 질문에 유현준은 한술 더 떠 그의 학생들조차 하지않았을 밑바닥 수준의 답변을 한다.

그가 말한 신의 한수는 뷰였다. 대통령 집무실은 국정을 다루는 업무공간이다. 스카이 라운지나 주거시설이 아니다. 그런데 그 근거조차 기가 막히다. 자신이 다녀본 곳에서 제일 좋다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건축가가 할 소리인가. 건축가는 풍수도 로케이션 매니저도 아니다.


이번 일이 아니어도 나는 매스컴에 오르내리거나 특히 공중파에 연예인급으로 얼굴을 내미는 전문직 인사들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정치평론에서 사회적 이슈까지 만능박사인 변호사, 인터넷만 쳐도 알 수 있는 건강상식을 전하러 나온 의사, 안마사인지 약장수인지 헷갈리게 하는 한의사,  큐레이터 흉내를 내다 밑바닥을 보인 스타 학원강사, 멀쩡한 양은 냄비들로 벽을 도배해놓거나 그 마저도 방송이 끝나고나면 비가 새고 하자가 발생하는 집을 속성으로 짓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들의 진면목을 알아보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도, 많은 노력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들과 같은 직종에 몸담고 있는 지인에게 그들이나 그들의 작품에 대해 물어보면된다.

유현준을 알고싶다면 그동안 작업한 건축 작업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시각으로 유현준의 작품을 봐라. 그가 풀어놓은 썰을 읽지 말고...  

그게 진정한 뷰(View)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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