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독설

by 문성훈

폰이 소스라치듯 몸을 떤다. 휴일날 울리는 문자메시지 중 반가운 소식은 없는 법이다.

"설 명절기간... 구제역 확산 방지...." 소위 <안전 안내 문자>란 것이다. 벌써 올해 들어서만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꺼두는 방법이 있다고 했는데 주저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대로 뒀더니 언제나 이 모양으로 사람을 놀래킨다.

화가 난다. 안전을 위한다면서 불안을 증폭시키는 저 대책없는 "문자폭력"의 정체는 대체 뭐란 말인가? 언제부터 이토록 세심하게 민생을 들여다보았길래 지자체까지 나서서 미세먼지,눈길 빙판길까지 걱정해주는 지 모를 일이다.


정작 절실할 때는 몇 초, 몇 분의 시간밖에 벌어주지 못할 텐데 별 중요해보이지도 않는 경고를 수시로 날려서 스스로 '양치기 소년'이 되려고 작정한 셈은 아닌지 궁금하다. 아니면 일개 소시민으로는 볼 수 없는 '큰 그림' 가령 이런 식의 시덥잖은 경고를 남발하는 것으로 그들의 당연한 책무를 다하고 있다는 일종의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사전에 그 대책을 마련하기란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일테니 좀 더 효율(?)적인 장치를 마련한 셈인지도 모른다. 곡해일지 모르나 이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데는 정부와 지자체 그들의 책임이 크다. 가령 출퇴근길에서 일어난 송유관공사 화재 발생은 2시간이나 지체되서 알려왔고, 홍수경보 발령 안내는 이미 물이 차서 대교가 잠긴다는 뉴스를 접할 즈음 문자가 날아왔다. 사람이 사망에 이르게 된 도로 한 가운데 난방 송수관 파열 안내문자는 아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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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미세먼지 저감대책 협조'가 황급히 전 국민에게 알릴 위급한 상황이며, 특정 통신사의 '통신장애 복구 예정 문자'를 구청에서 보내오는 저간의 사정은 대체 뭐란 말인가.

예측 불가한 천재지변과 재해, 재난을 한시라도 빠르게 국민에게 전달해서 안전을 조금이라도 도모하겠다는 거룩한(?) 사명에 태클을 걸자는 게 아니다.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켜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하고 알리라고 닥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정작 해야 할 일과 굳이 안해도 될 일, 해서 득(得)보다는 실(失)이 될 일 쯤은 가리는 분별력을 갖췄으면 한다는 아주 소소(?)하고 쉬운 바램을 가질 뿐이다.


국민의 소확행은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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