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어쩌다 부동산 투자'談 2
남편은 처음부터 대출받는 것에 반대했다. 필요한 금액은 7천만 원.
35살의 이 남자가 엄청난 ‘쫄보’라는 걸
알고 지낸 지 10년 만에 체감하게 된 것이다.
논리는 이러했다.
“내 월급으로 7천만 원을 갚으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몰라.”
“십년 넘게 못 갚을 수도 있다고!”
역시 사람은 돈을 모아본 경험을 해보아야 대출을 내는 것에도 용기를 낼 수 있다.
나는 결혼할 때 3년만에 4천만 원을 모아서 모든 걸 해결했었다.
그냥 안 쓰고 예적금 통장에 일정하게 저금했고 가끔 펀드로 수익을 보기도 했다.
갚지 못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만,
갚지 못할 금액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렇게 추운 집에서 평생 살 수 있어?”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중국에서 돌아온 며칠 뒤 동네 부동산을 찾았다.
신혼집 매매 2년이 지났고, 당시 2년 보유, 실거주 상태였으므로
양도세 면제 대상이었다.
어릴 때부터 주워들은 풍월이 있어 이 정도는 상식 수준으로 알고 있었다.
30대 초반 당시 내 주위 친구들은 대부분
아파트 매매 계약이나 세금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나도 그들 중 하나였지만,
막상 눈앞에서 내가 해결해야 할 내 일이 되자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부동산 사장님은 우리 동 바로 옆 상가(늘 들락날락할 수 있는 위치)의
편하게 얘기 나눌 수 있는 여자 사장님으로 정했다.
나는 내가 거래하고자 하는 사람을 볼 때 몇 가지 원칙이 있다.
1. 시간을 정해두고, 루틴하게 문을 여는 곳.
2. 가능하면 휴일 없이 일하는 곳.
(쉬는 날이면 명확하게 표시해 놓는 곳)
3. 연락을 취했을 때 바로바로 피드백이 오는 사람.
4. 구매자가 나이가 어리고, 돈이 적어 보여도 존중하는 어투로 대화하는 사람(예의)
5. 측은지심이 있는 사람
나는 그때 막 33살의 많지 않은 아니였지만,
그때 만난 사장님은 그런 분으로 보였다.
당시 부동산 하락기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지만,
여사장님은 늘 여유롭게 맞아주셨다.
집이 난방이 안 돼서 아기가 꽤나 고생했다는 이야기에
공감해 주시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해결책을 안내해 주셨다.
“이 단지는 따뜻한 동이 정해져 있어요. 외지인들은 모르지.
하지만 여기 조금 살았다는 사람들은 다 알아. 어느 동이 춥고, 어느 동이 따뜻한지.”
사장님은 내가 살만한 매물 몇 개의 동호수를 가격별로 보여주셨다.
나중엔 아예 본인이 가지고 있는 매물 전체 엑셀 파일을 꺼내셨다.
어떤 게 싸고 어떤 게 비싼 건지 알려주셨다.
“이 동은 저층인데 같은 동 고층하고 가격이 같잖아요.
이런 건 볼 필요도 없는 거지. 그냥 내놓은 거야~ 팔리든지 말든지 하는 심정으로”
“이것 봐요, 여긴 고층인데 가격이 좀 싸지?
지금 여기 수리가 하나도 안된 집이거든. 수리가 전혀 안 되고 세가 들어있는 집은 싸요. 이런걸 사서 내돈 조금 들여서 고치면 아주 실속있게 사는 거지~”
“아 인테리어 하는데 돈 많이 안들어요?”
“인테리어 조금 했다고 2~3천만 원씩 비싼 집들 있는데, 깔끔하고 예쁘게 꾸며놓은 모양에 혹해서 사는 신혼부부들이 있지~ 내 돈으로 그거 전체 고치는데 이 동네는 천만 원도 안 들어~ 수리 안 된 싼 집 사서 내 취향대로 고치는 게 훨씬 좋지~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게 있는 거고”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인 2014년, 인테리어 라는 거에 무감각하던 때였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거 아니었나?’
하지만 부동산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최대한 싸게 사서,
인테리어를 하고 들어가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무엇보다 사장님에게서 아기 엄마인 내가 진심으로 좋은 집을 구하길 바란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날 좋은 물건이 나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니 여기가 따뜻한 로얄동에 로얄층인데, 거기다가 여기 주인이 사법고시 시험 합격한 집이야~
아주 기운이 좋은 집이야~ 한번 와서 봐요~”
바로 해당 동 1층에서 사장님을 만났다.
신혼집에서 길 하나 건너면 되는 단지였다.
학원 많고, 마트가 즐비한 큰길 사거리에선 조금 멀어졌다.
시장과도 거리가 있었다.
그만큼 조용했다. 아기를 키우기 좋은 조건인 것 같았다.
해당 단지 안에는 초등학교도 있었다.
사장님을 따라 들어간 집은 집주인이 6년 전
세를 주고 나간 집이었다.
6년 동안 세를 한번도 올리지 않은 좋은 집주인이라고 했다.
강남에 변호사사무실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 사법고시를 패스했다는 것이다.
경찰을 하다 사법고시를 본 케이스라고 했다.
집주인 얼굴은 계약할 때까지 한번도 보질 못해 직접 확인한 바는 아니다.
이 집 말고도 두세집을 더 본 기억이다.
이 매물을 선택한 이유는 당시 매물 가운데 가장 쌌다.
좋은 동에 나름 로얄층이었지만,
집주인은 이제 신경 쓰기 싫다며 빨리 팔아달라고 했다고 한다.
6년 동안 세들어 살던 가족은 중학생을 키우는 집이었는데,
최근 전세가 오르고 있고
이번에 처음으로 집주인이 세를 올려달라고 해서 나가게 됐다고 했다.
전세가 조금 더 싼 곳으로 가려고 한다는 거였다.
‘6년 동안 전세를 살면서, 세를 한번도 올리지 않았는데
결국 그만큼 돈을 모으지 못해서 더 싼 곳으로 가야한다니...
나는 절대 전세를 살면 안되겠다.“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우리나라에서 전세를 산다는 건 끊임없이
더 싼 집으로 밀려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