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어쩌다 부동산 투자'談 2
신혼집은 일터가 위치한 여의도에서 늦게 퇴근해도 부담이 없는
이른바 '직주근접'이었다. (1시간 이내)
2010~11년 당시 신혼집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11-2번 버스를 타면,
여의도(현 IFC몰 앞)에 42분 만에 도착했다.
간혹 5호선 여의나루역을 통해 출퇴근을 할 때면,
7호선 철산역을 이용해 마을버스 3~4 정거장을 추가로 이용하면 되었다.
본가인 광진구 강변역에서 다니는 것보다 오히려 편하기도 했다.
야근 회식 후 23~24시 안에 버스만 타면
집 앞에 내려줬고,
택시를 타면 20분 만에 도착했다.
(무엇보다 술 마시고 택시 타면 쌩~하고 20분 이내인 점이 가장 좋았다 ㅎㅎ)
집 앞에는 정겨운 식료품점도 있었고,
단지 내 작은 시장도 있었다.
주말이면, 여의도도 놀러 가고, 인천 영종도의 친구네,
서울 가산의 아울렛도 자주 갔다.
특히 금천구 가산은 눈대중으로 어림잡아
길만 건너면 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
실제로 걸어서 출퇴근하는 분들을
동네에서 자주 봤다.
버스를 타면 아무래도 좀 돌아가더라도 15분 정도면
아울렛 바로 앞에 도착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월된 세일 상품을 사들이는 재미,
친구나 후배들 아기옷 선물하는 재미에
자주 들렀던 기억이다.
영화 관람, 서점 나들이도 좋았다.
50%세일, 70%세일 문구에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반값으로 사는 의류소비는
돈을 (쓰는 게 아닌) 버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결국 낭비적 지출도 꽤 있었노라
고백한다.
결혼 6개월이 지날 무렵이 되자,
동네를 오가며 옆 동 1층에 위치한 어린이집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여성의 경우 35세가 넘으면 노산에 해당된다는
한 산부인과 의사의 말을 책인지 TV에서인지에서 본 듯했다.
실제로 내 나이 31세(만 30세)에 임신을 했을 때,
고집스럽게 자연분만을 하겠다는 내게(자연분만이 위험한 상황이었음),
“이미 노산이 시작되는 나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셔야 합니다.
요즘 아무리 사람들 관리하고 동안이라고 해도 신체나이는 변하지 않아요...”
담당의는 말했다.
서른이 넘으면 -_- (물론, 십 년 전 얘기다)
이미 노산에 해당된다는 말씀이셨다.
물론, 지나치게 선 넘는 내 고집을 꺾어보시고자 보다 강하게 말씀한 것도 같지만...
2012년 6월, 41주 넘게 나올 생각을 않던
아이를 제왕절개로 분만했다.
2박 3일간 촉진제 주사를 맞아가며 자연분만을 시도했지만,
끝내 스스로 나오기를 거부한 아이.
엄마 뱃속이 그렇게 좋았냐는
아기를 통한 위로 섞인 유머에도 웃지 못했다.
(인생 계획에 없던 내용)
이 때문에 담당 의사도 꽤 고생을 하였더랬다.
무슨 이상이 있나 해서 출산 과정에서 상태를 살펴봤는데,
역아도 아니고, 탯줄도 정상위치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단, 자궁내막이 두꺼운 편이라 잘 열리지 않았던 것 같았다는 소견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샘은 나가시며 마지막 한 말씀을 남기셨다.
“둘째도 자연분만 하겠다고 우기시면 안 됩니다!”
많이 맺히셨던 것 같다 -_-
나의 고집스러움이 종종 상대방을 난처하게 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위험한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초산 주제에 의사 선생님을 이겨먹으려고 했다니,
요즘도 간혹 반성한다.
꿀맛 같던 2주간의 산후조리원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신혼집은 고요했다.
딸아이를 안고 집안에 들어서자 커다란 가구와 킹사이즈 침대에 기가 눌렸다.
당시엔 남편의 출산휴가는 꿈도 꿀 수 없는 시절이었다.
앞으로 이 아이를 나 혼자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고,
키워내야 한다는 책임감에 온몸에 힘이 들어가며,
절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6월 말, 한창 더운 날씨였지만, 집안의 온기는 서늘하게 느껴졌다.
별수 없이 친정에서 한 달여 산후조리를 하고 나왔다.
신혼집에 돌아와 겨울을 나다.
백일을 넘긴 아이와 친정집에서 돌아오니
가을을 넘어 겨울맞이 할 채비가 필요했다.
싱글일 땐 몰랐던,
신혼집의 큰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중앙난방이던 30년 된 그 집은
어떠한 난방 조치를 해도
17도 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간혹 입에서 입김도 나왔다.
(관리실도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_-;)
아이와 나의 불행한 미래가 그려졌다.
이 아파트는 우리가 들어오던 날부터 이런 날을 예견하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눈물 바람나는 겨울이었다.
하루는 아침에 눈을 뜨니 아이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더워서가 아니었다. 정말 너무 추워서 얼굴이 얼어있었던 것이다.
베이비슈트를 들추어 보니,
전신에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나 있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난 여기서 어떻게 살았던 걸까?
임신했을 때를 떠올려보니,
출퇴근하느라 바빴고, 그 집에선 잠만 잤던 듯.
그땐 태교를 한다고 저녁 8시가 되면 침대 속으로 쏙 들어가 누워있었다.
임신하면 체온이 올라간다는데, 그것 때문이었는지,
워낙 둔감한 성격 때문인지 왜 그땐 몰랐을까... 잠시 자책도 했었다.
난방이 이렇게 안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동네 엄마들이 모인 인터넷 모임인 ‘맘카페’에 들어가 검색에 들어갔다.
‘집이 추워요’, ‘난방 문제가 있어요’
그렇게 알게 된 사실은 우리 집은 방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15층짜리 아파트의 4층(저층), 아파트 동은
일자형의 가지런한 동들 중에서도 도로가에 놓인 가장자리 끝 동이었다.
중앙난방식 옛날 아파트는
도로가 끝 동에 저층, 그리고 탑층이 가장 춥다고 했다.
‘이 집에서는 오래 못 살겠구나’
번뜩 본능적으로 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