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이 나의 레버리지 맛집일 줄이야

- 공무원이 이렇게 재밌을 줄은 몰랐습니다만 1

by 아로하

“와~ 오늘 비 온다더니 날씨 쨍쨍하네요, 주임님?”


“그러게요~ 오늘 성년의날 행사인데, 진짜 비 왔으면 사진 다 망할 뻔했잖아요~. 햇살도 좋고, 애들 예복도 화사하고~ 기자님들 카메라 셔터 터지는 소리 들리시죠? 사진 잘 나오겠어요~ 후후.”


“아, 아까 인터뷰하시던데 방송에도 나오는 거예요?”


“넵~ 채널A랑 연합뉴스 TV요. 요즘 성년의날 기획 많이 하더라고요. 사실 성년이 된다는 게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지만, 국가적으로도 꽤 큰 일이잖아요. 뭐랄까, 민간과 행정이 함께 축하해 주는 느낌?”


“역시~ 주임님, 오늘 현장 나오니까 혈색이 돌아오셨네~ 맨날 모니터 불빛만 보다가 이렇게 나오니 살아 숨 쉬는 기분이죠? 이따 점심 맛난 거 사드릴게요~”


<사진 설명> 내가 애정하던 성년의날 행사


방송작가로

고발 프로그램 만들던 시절,

정책 법률적 결함을 취해하는 과정에서

문제점과 발견과 동시에 등장하던 단어가 있었다.

바로, “탁상행정.”


전화 몇 통, 이메일 몇 통으로 자료 긁어모아

대충 그린 정책 밑그림.

그리고 그 결과는?

작은 민원에서 그치면 다행이었고

간혹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고,

대형 재난으로 번지는 뉴스의 시나리오가 되곤 했다.

그럼 그제서야 허둥지둥 대책마련 기자회견.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공무원들은 현장에 안 나가고 책상만 지키는 건가?”


…그러나 그건 편견이었다.

공무원이 되고 나서, 생각보다 나는 자주 밖에 나갔다.

특히 언론홍보 담당자는 각종 정책현장, 행사, 브리핑 현장에서 “출근 2회 차”를 찍는다.

물론, 그 자리에서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건 시나리오 대신 보도자료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보도자료가 어떤 삶의 무게를 옮기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던 건, 바로 “현장” 덕분이다.


<사진 설명> 인터뷰도 신경써서 담아주는 언론사가 사랑스럽다^_^


수많은 현장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어린이 청소년 청년 정책 수혜자들과의 인터뷰였다.

“선생님 덕분에 *** 강의 듣고 첫 자격증 땄어요.”

“제가 해보고 싶었던 일이 뭔지 알게 됐어요.”

이런 말들을 듣다 보면, 기사 한 줄, SNS 콘텐츠 하나가 그저 '홍보'가 아니라

인생을 바꾸는 작은 지렛대가 되고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서울시 청년지원정책 참여자 중

직·간접적 변화(진로 발견, 재도전 의지, 사회참여 확대 등)를 경험한 비율은 76.4%에 달한다고 한다.

(서울시 청년청, 2023년 성과보고서 기준)

즉, 우리가 만든 콘텐츠와 정책은 단순한 행정의 결과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계기”가 되어준다.


어쩌면 나는 방송국에 있을 때보다 더 ‘스토리’를 잘 전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카메라 뒤에선 못 느끼던 진짜 ‘반응’이 여기엔 있다.


물론, 안정된 직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을 선택했다면

슬금슬금 엑셀 창만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안의 콘텐츠 본능, 현장 체질, 그리고 사람에 대한 관심은

공공정책이라는 캔버스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사진 설명> 한꺼번에 밀려드는 언론사 취재 통제도 내 몫. (2020년 5월)
<사진 설명> 현장 지원 이후 언론홍보 결과물을 보면 흐뭇, 뿌듯 :-)


나는 최근 들어 좋아하게 된 단어가 있다.

바로 “레버리지(Leverage)”.

원래는 ‘지렛대’라는 뜻인데, 작은 힘으로 큰 결과를 낼 수 있는 도구를 말한다.

요즘엔 금융이나 투자에서 쓰이지만,

내 인생에선 바로 이 ‘공직 경험’이 최고의 레버리지가 되어주었다.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고, 현장을 취재하고, 사람을 이해하려 했던 모든 시간들이

여기서 하나로 연결됐다.


공무원직은 내 경력을 증폭시켜 사회적 가치로 전환시켜 준, 아주 고마운 지렛대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그 지렛대를 들고, 누군가의 삶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살짝 밀어주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사진 설명> 삶의 이면의 이면. 보여지는 것에 속지 않는 판단력. 프리랜서에서 공무원까지, 보이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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