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이 이렇게 재밌을 줄은 몰랐습니다만 2
"주임님 지금 강동구 사신댔죠?"
"네, 작년에 이사했죠~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닌데, 남편은 지방 근무고... 언제 올라올지도 모르는데 저 혼자 경기도 광명에 사는 게 무슨 의민가 싶어서요. 학군도 나쁘지 않고, 친정도 옆이고, 그 지역 잘 아니까.... 여러모로 이사 잘했다 싶은데, 강동구 집값이 너무 올라서 매매가 쉽지 않네요."
"아...... 거기 천호** 구역 아시죠?"
"천호는 잘 모르는데, 맨날 영화만 보러 다니고 백화점만 가끔 가고...."
(휴대폰 구글지도를 펼쳐 보이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짚어 보여줬다)
"여기 여기 천호** 주의 깊게 한 번 보세요. 뭐 꼭 거기 거주하시라는 건 아닌데.... 나중에 좋아질 거 같아요."
"아.... 네... 그래요? 거기 가요?.."
하지만, 그가 추천한 동네는
내가 이미 터를 잡은 동의 아파트 단지와 거리가 있어
들어가 살기 어려웠고, 나와는 맞지 않다고만 여겨졌다.
친구들과 만날 때만 종종 들르거나 맛집 찾아 밥 먹으러 방문하는 동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관심 밖의 지역.
강동구 동향의 당시 동료 주임의 말은 그렇게 흘려 들었었다.
그리고 1~2년 후, 그 지역 개발이 한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가격.
그러고 보니 이사 직전까지
경기도 광명 살 당시 지역 내 공공기관 근무하던 어느날이 기억이 났다.
공무원 신분은 아니었고, 홍보실 작가이자 센터 홍보 담당자로 일하던 때다.
비슷한 또래 아이를 키우고 있던 남자 직원은 부쩍 모 청약 예정 단지를 추천해 주었다.
"박 작가님, 거기 소식 알죠? 이번에 거기 청약하는데 통장 있으면 한 번 넣어봐요~"
"아, 거기 여기서 좀 멀지 않나? 차 타고 한 시간은 가야 하잖아요?"
"거기 차로 그리 멀지 않은데...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꽤 괜찮을 거 같아요."
"에이~저 작지만 집 있어요~ 근데 굳이?"
"집 있으면 어때~ 한 채 더 사는 거지~ 거기 지금 분양가가 정말 너무 싸요. 한번 생각해 봐요."
"흐음...... 그래요?"
(타닥타닥 타자만 열심히 치고 흘려들음 -_-)
그렇게 또 흘려들었던, 기억이 스멀스멀.
그리고 그곳 신도시 집값이 2~3배 올랐다는 소식을 2-3년 뒤 듣게 됐다.
2015년~2020년 사이,
당시 내 주변 육아기 남성 공무원들은 그 누구보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높았다.
자녀들 또래는 6-7세 ~ 초등 저학년 시기.
(나도 비슷한 또래를 키우고 있었으니 동질감이 샘솟았더랬다)
학군지와 경제력, 다양한 투자 방법을
서로 나누기도 하고, 함께 고민하기도 했다.
작고 오래된 집 한 채 사두고
애 키우며 일하기 바빠 그렇게 그들의 조언을 흘려 들었었지만,
그들의 진심 어린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내 무의식 속에 쌓이고 있었다.
2022년 연말,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서울 둔촌주공과 경기도 구리시 재개발 구역 청약을
눈여겨보게 된 것은
이들의 조언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월급만으로는 한 달 두 달
하루 이틀의 생계와 육아를 버틸 정도고,
추후 아이의 굵직굵직한 교육비며 노후자금 마련까지는
고민할 여력이 없었는데, 몇 차례 이들의 조언을 흘려듣고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니 아쉽게도 느껴졌다.
운 좋게 경기도 구리시의 작은 평수를 분양받고
내년 2025년 3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시점,
한창 힘들게 일하며, 아이를 키우던 엄마아빠이자 동료이던
그들의 무거운 어깨가 떠오른다.
이후 이들은 자가 마련에 이어 적절하게 투자에도 성공했다.
부자까지는 아니어도 안정적으로 가계를 꾸려나가는
한 가정의 엄마 아빠로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마흔이 넘어 처음으로 그럴듯한 차도 한 대 샀다고 흡족해하며
자랑 아닌 자랑하던 흐뭇한 미소가 떠오른다.
새로 산 차 타고 주말이면
가족들과 드라이브 - 여행 다닌다며
뿌듯하게 웃던 동료들.
그들은 넉넉하진 않지만 단단하게 어린 시절을 보내고
노력을 거듭해 조직에 들어와 가정을 꾸리고 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고민하는
성실하고 듬직한 이 사회 구성원이었다.
이들을 만난 덕분에 나는 독립된 한 가정의 미래를 좀 더 진진하게 생각하게 됐다.
하루하루 업무에 치이고, 아이의 요구에 인내심이 바닥날 때쯤
어느샌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던 이들의 푸근한 정을 떠올린다.
덕분에 이들이 추천한 곳은 아니지만, 평소 눈여겨보던 곳에 청약도 넣고,
소소하게 투자 공부도 하게 되면서
구체적인 노후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 이르렀다.
나는 요새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지인들에게
가볍게 운을 띄워본다.
"고기 고기 알죠? 이번에 분양 단지 들어서는 그곳,
지금 그 동네가 입주 물량 많아서 가격이 눌려있잖아요.
한 번 생각해 봐요~"
그러면 그들은 보통 이렇게 답한다.
"아니, 요즘 분양가 비싸던데 뭐, 우리가 돈이 어딨 어~"
지금은 내 말을 흘려듣더라도,
예전의 나처럼 차곡차곡 투자본능이 쌓이리라.
과하게는 아니더라도 내가 버는 월급 내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의 이자를 낼 수 있는
'레버리지'를 생각해 보게 되리라.
이들이 말하는 '분양가 비싸다'는 말은 곧
현재 원하는 아파트가 내 소득 수준을 넘어서는 지역,
내 월급으론 감당 안 되는 고급 아파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조건 남들이 좋다고 하는 지역의 새 아파트를 갖고 싶은 이상 때문에
지금 내 월급으로는 내 집 마련은 어렵다고 단정 짓지만,
남들과의 비교를 멈추고 눈을 조금만 낮추면
얼마든지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사실.
이렇게 한 단계 두 단계 차근차근
조금씩 좋은 집으로 갈아타는 연습을 하다 보면
한 번에 고가의 내 집 마련을 욕심내다가
패가 망신하는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투자도 하고, 가정 경제도 꾸려갈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진리를
공직에 들어와 깨닫게 되면서,
방송국 다니던 시절 꿈만 꾸던 철없는 소녀의 모습을 탈피하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듯하다.
연금도 차곡차곡 쌓고, 노후 자금용 아파트도 한 채 더 마련하게 해 준
나의 레버리지 맛집!
이렇게 공무원 일이 재밌고, 실속 있을 줄이야 -
^_^
생각보다 좋은 사람도 많고,
혜택도 많은 곳이 바로 우리 집 옆 공무원 맛집이었다는 걸
되돌아보는 장면마다 숨어있다가
되돌아보면 방긋하고,
나를 향해 웃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