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에서 행복할 수 있는 조건 1. 진짜 칭찬 구별법
"박 주임님, 오늘 국장님이 공식 회의 자리에서 하신 말씀 말이야.
그거 주임님 엄청난 칭찬하신 거예요~ 알고 있어야 해~"
"아..... (뭐가 칭찬이었다는 거지? -_-) 네네, 알겠습니다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포인트셨을까요...)"
국과장 회의에서 내가 칭찬을 받았다는 팀장님의 말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국장님의 어떤 말속에 나에 대한 칭찬이 숨어 있었는지,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송국에서는 '시청률'로 확실하고 직관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일타 칭찬 또는 비난을 받게 마련이고,
이후 모니터링 회의에서 평가가 좋은 경우는
모두가 함께 '대놓고' 기뻐하며, 굉장한 찬사를 '대놓고' 보내준다.
물론 반대의 경우에도 가감 없이 냉정한 평가를 대놓고 표현하고 나눈다.
"이번 아이템 선정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봐~"
"사례자 섭외가 매끄럽지 못했던 것 같은데?"
조직 내 인식 자체가 "정확한 모니터링과 피드백은 곧 성장(성과)"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면, "10년 차 메인 작가 대본에서 이런 표현은 좀 실망스러운데?" 랄지,
"더 좋은 사례는 없었나?, 사례가 너무 평이해, 주목을 전혀 끌 수 없잖아."
"더 새로운 건 없어?"
"좀 더 새로운 표현은 없을까?"
"아니 지난번 하고 다를 게 뭐야?"
"이번 시청률 말이야, 이거 거의 프로그램 폐지 수준이야."
아예 대본에 빨간 줄 쫙쫙-- 그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조금 조심스러운 성격의 데스크라면, 옆에 돼지꼬리 표시하고 직접 수정하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평가를 받았을 때 당사자로서 기분이 나빠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평가와 피드백을 반영해 수정하고 업그레이드시키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내 이름으로 나가는 내 작품에 대한 신랄한 평가는 그래서 반갑기도 했다.
긍정적인 평가가 주어졌다면, 그 성취감과 기쁨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고.
하지만 공직은 달랐다.
일단 '평가'에 대해 상당한 조심스러움이 존재했다.
평가란 자칫 주제넘은 일이 될 수도 있었고,
‘윗분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처음 공직에 들어와 겪은 낯선 문화였다.
게다가 누군가에 대한 칭찬이나 인정은 곧 편애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왜 쟤만 칭찬하지?’
‘그 일이나 내가 하는 일이나 비슷한데?’
공공 업무는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비슷하고,
운영 시스템이 이미 갖춰져 있어
창의성 발휘보다는 시스템에 따르는 흐름이 강하다.
때문에 1년 반~2년에 한 번씩 보직 순환이 가능한 구조다.
“설명회도 그렇고, 주요 일간지에서 이렇게 주목받은 건 우리 국에서 처음이지 않나?”
아마도… 그 말씀이었던 것 같다.
하고 혼자 조용히 되뇌었다.
국장님의 홍보 업무에 대한 언급은 이 한마디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 ‘엄청난 칭찬’이었던 것이다. ㅎㅎㅎ
(내 이름은 없었지만, 나를 ‘조용히’ 돌려서 칭찬한 고난도의 발언)
방송국이었다면 “박 작가, 정말 최고였어! 더 좋을 순 없어!”
이 정도는 나와줬을 텐데.
그래서였을까.
공직에서의 칭찬은 내 마음을 춤추게 하진 못했다.
가슴에 와닿지 않았기에, 춤출 수 없었다.
김 국장님이 오기 전까지는. -_-
김 국장님은 직설적이고 명확한 업무 지시로 정평이 나 있었다.
나에게도 해야 할 업무에 대해 빈틈없이 설명했고,
중요한 포인트를 딱딱 짚어주었다.
홍보 업무의 한계를 두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전면에 배치해 주며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성과에 대한 인정과 칭찬도 마찬가지였다.
성과가 좋을 때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칭찬해 주었다.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나에겐 딱 맞는 상사였다.
그런 만큼 처음엔 김 국장님을 불편해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그동안 “좋은 국장님”이라 불리는 분들은
대개 조용하고,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두문불출(-_-)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외부 행사나 시찰도 적극적으로 나가고,
모든 업무 피드백이 즉각적이며 직설적인 김 국장님은
한동안 내부에서 이런저런 말이 나오기도 했다.
“편파적이다”, “이기적이다”라는 말도 있었고,
무엇보다 가장 많이 들은 평은
“그분은 너무 무서워”였다.
실제로도 직원들을 긴장시키는 부분은 있었다.
업무 지시가 명확한 만큼 꼼꼼하게 일할 수밖에 없었고,
평가와 피드백이 공개적이었기 때문에
관련된 다양한 이슈나 변수에 대해
담당자는 사전에 다각도로 조사해 두어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조직에 들어와
‘일을 일답게’ 한 최초의 경험이었다.
"주임님, 이번에 김 국장님이 낸 아이디어로 만든 홍보기획물 있잖아요.
사실 그 사업은 꼭 필요한 건데, 다들 관심이 없어서 사장될 뻔했거든요.
그걸 딱 짚어내셔서… 솔직히 이건 발굴이 돼야 하는 건데…
괜히 국장님이 아니시구나 싶었어요.”
김 국장님을 불편해하던 일부 직원들도
1~2년 이상 같이 일해 보면 꼭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앞서 인정과 칭찬을 대놓고 하는 측면이 있어
미워하는 직원들이 몇몇 있었으나,
1~2년 이상 꾸준히 국장님과 대면하며 일한 많은 직원들은
내게 꼭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소외된 사업을 발굴해 줌
- 혼쭐이 난 뒤에도, 열심히 하면 따뜻한 한마디를 잊지 않음
- 힘들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상사로 남음
나 역시 매너 있고 젠틀하고, 밥 잘 사주는 국장님도 좋았지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성과에 대한 인정과 칭찬을 아끼지 않은 김 국장님의 리더십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다.
같은 국장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어도,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공직 생활은 보람될 수도, 무력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김 국장님 덕분에 알게 되었다.
같은 국장이라는 자리이지만,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공직은 보람될 수도, 무력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는 여전히 돌려 돌려 칭찬하고,
마치 가스라이팅 당하듯 충성을 요구하는 리더십보다는
정확한 피드백과 평가를 통해
자발적으로 일에 욕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김 국장님의 리더십이
내 자리를 단단히 잡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조직에 애정이 생기기 시작할 그 무렵.
그 계기가 되어 준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