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높인다고 저지른 일들 3. 운동
"주임님~ 오늘은 짬밥(회사 식당밥) 안 드세요?"
"저 오늘은 요가수업이...."
"아 맞다, 가끔 점심시간에 요가하신댔죠? 화목이랬나?"
"아 조정은 가능한데, 보통 화요일 목요일에 바로 옆 **건물 요가학원 가요~"
"아, 거기~ 많이들 다니시는 것 같더라고요~ 본청 건물에서도 점심 요가 거의 무료로 하지 않아요? 그거 신청하시죠 왜?"
"그렇지 않아도 한 달 수업 듣고 정말 만족스러웠는데, 그다음 달 신청을 못했어요~ 생각보다 치열하던대요?
그래서 그냥 정기권 끊어서 학원 다녀요~"
"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 주임님은 글 쓰는 업무니까 멘털 관리에 도움 되겠다. 그럼 잘 다녀오세요~^^"
어느덧 점심 요가 다닌 지 2년 차 -
나의 점심 요가 시간은 그즈음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자리 잡아간다는 건, 점심식사 대신 요가를 다니는 것에 대한 조직의 허용.
보수적인 조직에서는 점심 운동, 요가하는 것도
초반엔 특이하게 보는 것 같았다.
1년 차 때는,
"점심밥 안 먹고 요가를 한다고요? 배 안고파요?" 랄지
"아니 밥을 먹어야지, 웬 운동~~~"
이라거나
"과장님 하고 점심 한 번 해야죠~ 요가라니?"
등등의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하. 지. 만!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고 -
글을 쓰고, 수정을 하고, 보고하고, 컨펌을 받고 -
아니,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출퇴근을 하는 과정만으로도
일상의 에너지가 고갈되게 마련.
이런 생활이 길어지면 그냥저냥 뱃살 가득 콜레스테롤에 찌든
영락없이 비실비실 병든 직장인으로 나이만 먹겠구나,,, 했다.
하루, 한 달, 일 년, 수년을 이 같은
치열한 업무 현장에 있다 보면
이러다 체력적으로 오래 버티기 힘들겠다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기도 했다.
그래서 시작한 '요가'였다.
운동에 젬병인 내가 28살 때부터 지루해하지 않고
간간히 즐기던 유일한 움직임 ㅎㅎㅎ
오래오래 건강하게 즐겁게 일하려고 시작한 운동이었다.
근데 그 요가, 퇴근하고 하면 안 되냐고?
나도 그러고 싶지만,
내가 퇴근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딸아이를 생각하면,
그 시간조차 아끼고 아껴야 할 시간이었다.
그래서 점심시간을 활용하기로 한 것.
일주일에 두 번 -
고통스러울 만큼 아프고, 저릿저릿한 팔다리
다음날 아침이면 어깨허리 안 아픈 곳이 없는 것 같은 전신 통증.
요가 시간 내내 고통스러웠지만,
하고 나면 상쾌하고 뿌듯했으며 정신이 맑아지는 것만 같아
끊을 수가 없었다.
반갑게도 최근 소설가 김영하도 요가를 즐긴다는 글을 읽었다
최근 신작 에세이 '단 한 번의 삶'에서 그는
"요가는 신체 운동라기보다 마음과 생각의 연습에 가까운 것 같다.
요가를 한다는 것은 날마다 자신에게 이렇게 일깨우는 일과 같다.
고통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익숙해질 수는 있다.
그리고 모든 고통에는 끝이 있다.
요가 수업은 스스로 고통으로 걸어 들어갔다가,
잠깐 죽었다가, 문득 눈을 뜨고 다시 밖으로 걸어 나오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른 운동도 비슷할 것이다.
다만 요가에는 가벼운 죽음의 의례, 사바 사나가 있다.
(p104, 단 한 번의 삶/김영하)
어쩌면 내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김영하 작가는 요가의 신비함을 온몸으로 체험한 이가 분명했다.
요가를 하고 나와
사무실에 들어가 앉으면,
의자에 앉아 일어나는 모든 일은 정말 '별거 아닌 일'이 될 때가 많았다.
나는 이미 온몸으로 찢어질 듯한 고통을 견디다 온 사람,
마치 깨달음을 얻고 돌아온 현인 마냥,
여유로워 지고, 온순해지며, 평화로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출근과 함께 요가 시간을 기다렸다.
최근 2~3년 전에는 마루에서 하는 필라테스로 종목을 살짝 틀었지만,
28세부터 시작한 요가는 중간중간 길게 쉴 때도 있었으나
지금까지 완전히 놓지 않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인간의 아름다운 동작이자 명상이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즐기는 운동이라
땀이 흐를 듯 강한 강도로 할 수 없어 아쉬울 때도 있었으나,
내가 그 강도를 조절할 수 있음이 또한 고마운 일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든 백두대간 종주를 하든,
매일같이 크로스핏 운동을 하든,
끝이 있고 잘 통제되기만 한다면
더 강한 존재로 변화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p107, 단 한 번의 삶 / 김영하)
의외로 요가, 필라테스는
몸의 선을 지켜주는 강력한 스트레칭 동작이기도 한데,
솔직히 체중조절에는 1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군살을 잡아주고 몸의 선을 잡아주었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이
조직 내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기도 했다.
이는 엄청난 존재감으로 나타날 때가
있었으며, 이 존재감은 조직 안에서
꽤나 유용한 능력이란 것을
경험해 본 이는 알 것이다.
'건강함'은
그 어떤 '전문성'보다 중요했다.
'전문성'이란 상황에 따라 무너지고 달라질 때가 있었지만,
'건강'이 유지된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뒷받침되어
나를 또 나의 전문성을 지켜주곤 했다.
나는 많은 이들에게 외치고 싶다! 이렇게!
"점심시간엔 Yoga, Yoga Haeyo!"
* cf : 참, 요즘 나는 간헐적으로 하던 조깅의 횟수를 늘렸다.
강도도 높였다.
나의 체력이 2~3년 전보다 좋아졌다는 사실은
'전문성'을 키우겠답시고 저지른
이런저런 일들 가운데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