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기

"모든 걸 저에게 들려주세요."

by 별담


공중전화기



지금부터 저 한번 찾아보실래요?
생각보다 어려우실 거예요.

저는 오늘도 어김없이
당신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요즘엔 인기가 조금 시들해졌거든요.

핸드폰이라는 녀석이
당신 곁에 꼬옥 붙어 다니는 바람에
이젠 당신의 그림자조차 보기 어려워졌어요.

‘멸종 위기’라는 말도 들려오네요.
가슴이 참, 아픕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절 그냥 ‘고철 덩어리’ 로 생각하더라고요.
하지만 저, 왕년에 꽤 잘나갔던 존재랍니다.

‘달그락 달그락’
동전 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저는 영업을 시작했어요.
장사가 잘 됐냐고요?
엄청요.
웨이팅은 기본이었죠.

제 몸 속으로 차가운 동전이 들어오면,
저는 손님에게 추억 하나를 선물해드렸어요.

가끔 제 머리 위에 동전을 쌓아두고
멍하니 계신 분도 있었고,
취하신 분이 코골며 주무신 적도 있었죠.
그렇게, 그렇게 살아왔어요.

아참, 기억에 남는 손님 한 분이 있어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둑한 밤이었죠.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만 꼭 잡은 채
말없이 한참을 서 계시더니
결국 제 품 안에서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셨어요.

무슨 사연인진 모르지만, 그 모습이 참 속상했어요.
전 말없이 그 분의 등을 토닥여드렸죠.
물론, 마음으로요.

저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진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추억을 나누고 싶어요.

정말로요.

혹시 길 가다 절 보신다면
그냥 스치지 마시고
잠깐 들러주세요.
동전이 없어도 괜찮아요.

그냥 수화기를 살짝 들어보세요.
이루지 못한 이야기,
고백하지 못한 진심,
그 모든 것들을 저에게 들려주세요.
제가 밤새도록 들어드릴게요.

우리 그렇게,
아름다운 밤의 쪽지 한 장,
함께 써 내려가 봐요.

오래 걸려도 괜찮아요.
기다릴게요, 당신.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