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재 취업 과정에서 한 글로벌 회사에 지원한 적이 있다. 최종 인터뷰 후에, 통보받은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내 얘기를 들어보니 자사의 조직문화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따라서 함께 하기 힘들다고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회사의 결정이니 존중한다고 얘기하고 마무리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내 생각이 당사의 조직문화와 잘 맞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양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아무 잡음은 없겠지만, 변화를 추구하기는 힘들다. 그렇게 되면 창의적인 생각이 탄생하기 힘들고 따라서 급변하는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변화무쌍한 전략을 내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사회학자 로렌 리베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의사 결정권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뽑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탈락시키는 채용 방식을 정당화하기 위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는 게 조직문화 적합성이다."
동일한 목표를 바라보며 한 팀이 되어 노력하는 One team spirit과 조직문화를 혼돈하면 안 된다.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한 회사에 모여있다면 그보다 큰 재앙이 있을 수 없다. 회사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조직문화라고 하는 것은 일원화하려는 것보다는 더 풍부하게 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가 가진 생각이 부딪혀 불꽃을 내고 이것이 세상에 없던 전략의 산파 역할을 하게 된다. 근친 교배가 유전학적으로 열성 인자의 원인인 것과 같은 논리이다. 우성 인자의 발생 확률은 유전적 거리에 비례한다.
좋은 회사가 될 확률도 문화적 거리가 먼 사람들의 수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글로벌 회사들이 순혈 주의를 버리고 외부 영입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인재의 기준을 정할 때 실력이나 경력 못지않게, 기존의 조직 문화에 어떤 점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포함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조직문화가 왜 중요하고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