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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퓨처 Aug 19. 2022

그때 그 선택


20년 전 이맘때 나는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다. 입사 5년 차에 자리도 잡았고 성과도 내고 있었다. 그런데, 가슴 한 구석에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는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박사학위에 대한 열망이었다. 어드미션을 받고도 IMF 경제위기가 불러온 아버지 사업 실패로, 유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몇 달 후면 태어날 아기와 내대신 가장 역할을 하게 될 와이프를 생각하면 선뜻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평생 나를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밤잠을 설치던 고민은 와이프의 응원에 힘입어 결국 실행에 옮겨졌다. 그렇게 나는 잘 나가던 대기업 연구원에서, 늙깎이 대학원생으로 변신했다.


마지막 출근 날, 퇴직 면담을 해주시던 인사팀 과장님의 말씀이 아직도 생각난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세요. 정말 후회 없겠어요?" 하는 힘차게 "네"라고 대답했다.


이후 내겐 완전히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휴게실에서 쪽잠 자며 밤새 실험했고, 월급 대신 장학금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젠 돌아갈 곳도 없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너무 행복한 것이다. 나에겐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절실함이 실린 시간은 더 빨리 흐르나 보다. 결국 꿈에 그리던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도교수님께서 시스템 대사공학이란 새로운 학문 영역을 세상에 알리는 데 공헌하는 영광도 누렸다. 이후 굵직한 국가과제도 총괄해보고, 학생들 지도도 해봤다. 그리고, 글로벌 대기업에 입사해서 조직을 리딩 할 수 있었다.

 

그때 그 선택이 내겐 인생의 모멘텀이었다. 분에 넘치는 기회와 성취감을 주었다. 돌이켜 보니, 내가 꿈꾸던 것은 단순히 박사학위가 아니라 내 이름을 단 나만의 연구 결과를 는 것이었다. 내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며 결과도 온전히 책임지는, 다시 말해 내 인생을 내가 디자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요즘 많은 분들이 조언을 구해온다. 특히 퇴사와 이직에 대해 많은 고민들을 하는 것 같다. 그분들께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세월이 흘러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일 정도의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 정도로 절실한 꿈이 있고 이를 향한 열정이 꿈틀거리고 있는지, 그렇다면 지금 생각하는 것을 한치의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기라고 말이다.


, 10년 후에 어떤 모습이 되어있기를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묘사볼 것을 권한다. 이것이 안되면 지금 꿈꾸는 것과 이를 향한 열정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포장된 멋진 핑계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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