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마이크로매니지형 상사를 만나는 일이 생긴다. 보고서 글자 하나, 업무 처리 방식까지 일일이 관여받는 상황은 자율성을 제약받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처음에는 이런 방식이 무조건 부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그 안에서도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과거 모시던 상사 한 분이 그러한 스타일이었다. 자료의 구성이나 논리 전개는 물론, 글자 크기나 폰트까지 세세하게 지적했다. 처음에는 이러한 지적이 너무 부담스럽고 힘들게 느껴져,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자. 괜히 나서지 말자.’는 생각으로 업무를 대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소극적으로 임할수록 오히려 더 지치고 반감만 커져갔다.
그러던 중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이 상황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을 찾자. 필요한 것만 골라 내 것으로 만들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나니, 상사의 피드백이 단순한 간섭이 아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놓치고 있던 디테일과 논리의 정교함, 표현의 일관성 같은 부분들이 점차 눈에 들어왔고, 덕분에 나 역시 더 짜임새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업무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일에 접근하는 태도부터 달라졌고, 문서 하나를 작성하더라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흐름과 목적을 명확히 정리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실무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당시에는 힘든 시간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경험은 내 역량을 키우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또한, 마이크로매니지의 원인을 이해하고 나니 상사와의 관계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많은 경우, 마이크로매니지는 업무에 대한 불안감이나 신뢰 부족에서 기인한다. 상사 입장에서 ‘내가 직접 챙기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단순히 결과물로만 대응하기보다, 먼저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업무 진행 상황을 선제적으로 공유하고,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며, 실수 역시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게 좋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상사와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는 일방적으로 지시와 피드백만 주고받던 관계였지만, 점차 믿고 맡겨주는 일이 늘어났고 간섭의 강도도 크게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자율성도 회복되었고, 업무의 주도권도 점차 내게로 옮겨왔다. 단순히 참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능동적으로 변화시켜 나간 경험이었다.
돌이켜보면, 마이크로매니지하는 상사와의 관계는 내가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갈등만 남을 수 있지만,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배움의 기회로 삼는다면 나 자신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조직을 이끌고 윗선에 대응하는 입장이 된 지금, 그때의 경험은 분명히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신뢰를 어떻게 주고받는지를 몸으로 익혔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아니라 상황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나의 마음과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