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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석 Jul 02. 2021

프롤로그

고통과 씨름할 때

살면서 겪게 되는 고통 가운데 가장 아프고 슬픈 일이 뭘까요? 아마도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가운데서도 갑자기 찾아온 죽음은 환자 가족들은 물론 의료진들에게도 큰 충격을 줍니다. 그 슬픔과 고통은 마치 빛이 없는 산속에서 길을 잃어 오도 가도 못하는 어린 소녀의 흐느낌 같고, 아무리 걸어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로 속의 절망과도 같습니다. 


때때로 병원에서 그 절망의 밤을 보내고 다시 찾아온 아침을 만납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전날 밤의 고통과 눈물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오직 그 슬픔을 당한 환자 가족과 그들과 함께 했던 병원 스태프들의 가슴속에 오롯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어둠을 뚫고 기어이 아침은 찾아 오지만, 고통과 씨름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어둠이 전부로 여겨집니다. 이 슬픔과 고통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무수한 질문 가운데 답은 여전히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어둠을 뚫고 기어이 찾아오는 아침의 의미를 조금 알게 되겠지요.


이 책은 제가 일하고 있는 미국 미주리 대학병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슬퍼하는 사람과 함께 하며 제 자신을 돌보는 차원에서 써온 글들 가운데 한 부분입니다.    


고통 속에서 희망의 빛을 찾는 사람들, 응급실에서 심정지가 온 5주 된 아이를 살려달라며 애원하는 부모, 출산을 앞두고 코로나19에 걸린 임신부, 죽음을 앞둔 아빠 앞에서 심야 결혼식을 올리는 딸, 교통사고로 혼자 살아남은 아이와 함께 하는 의료진 등 각각 다른 위기 상황에서 모두 삶을 위해 분투합니다. 저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새롭게 삶과 죽음에 대해 배웁니다. 고통이 우리를 부를 때, 두려워 외면하고 도망쳐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맞서 싸워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 가운데 새로운 삶의 희망, 이전에는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는 없을까요? 끝으로, 병원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고통과 슬픔을 통해 삶의 새로운 희망, 단순히 이전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희미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빛을 보고 새로운 길을 찾게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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