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기다림

by 박재석

2019년 10월, 대학병원 8층 암병동,

병실을 찾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말기암 환우일까, 어떤 슬픈 사연이 있을까...' 보통 호출을 받으면 환우의 이름 정도만 체크하고 병실에 들어갑니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들어 가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감하며 듣기에 때로 정보가 많으면 방해가 됩니다. 그래서, 최소한 이름과 병명 정도를 간호사에게 물어봅니다.

이번 방문은 암병동이라 혼자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간호사 왈, 암환우가 아니라 장기 이식 수술을 기다리는 분이라고. 가끔 수술 병동에 자리가 없어서 암병동에서 환자를 받을 때가 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병실에 들어갔습니다.

올해 63살인 제인 (가명)은 환하게 웃으며 저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저도 웃으며 소개를 하고 기분을 여쭸습니다. 제인은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름 아닌 이날이 7년을 기다린 수술이 있는 날이라고 했습니다.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제인은 7년간 투석을 하며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신장을 이식받게 된 것입니다. 그 방에는 제인의 언니와 엄마도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제인의 언니는 "이보다 더 기쁠 수 없을 거예요. 동생이 신장을 이식받고 새로운 삶을 살 게 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제인의 엄마의 눈시울도 촉촉이 젖어 있습니다. 순간 두 가지 생각이 제 마음을 가득 채웠습니다. 하나는 지난 7년간 제인이 겪어 왔을 일상의 고통과 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애통해하고 있을 다른 가족의 슬픔입니다.


이날 오후에 중부 미주리 지역 장기기증 센터로부터 편지한 통을 받았습니다. 지난 8월 초에 중환자실에서 뇌사한 38살 여성이 기증한 장기로 4명이 새 생명을 얻고 수많은 사람들이 뼈와 다른 조직을 이식받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미국 동부 해안지역에 사는 65 살 남성은 심장을 얻었습니다. 중부지역에 사는 68 살 남성은 간을 이식받았습니다. 중부지역 70 살 남성도 이 여성으로부터 신장 한쪽을 이식받아 새 삶을 시작했습니다. 57 살 남성도 신장을 이식받아 새 삶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만난 장기 기증 가족들은 모두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린 일을 뜻깊게 여겼습니다. 장기 기증은 '뜻밖의 죽음을 뜻있는 죽음'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제인도 7년을 기다리며 살아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삶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고 죽는 것이 또한 현실입니다.

미국 정부의 통계를 보면, 2019년 7월 현재, 미국에서 장기기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113,000 명이 넘는데, 2018년 당시 장기 이식 수술이 이뤄진 경우는 36,000 여건에 머물렀습니다. 미국 성인의 95 %가 장기기증을 지지하지만, 실제로 기증자로 등록하는 비율은 60 % 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하루에도 장기기증을 기다리다 죽는 사람들이 2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www.hrsa.gov/).


제인은 이날 수술을 잘 마치고, 이튿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녀가 고통 속에 기다린 7년이 새로운 삶, 건강한 삶으로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필요할 때 필요한 이웃을 위해 주고 떠날 수 있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