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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석 May 10. 2021

고통이 우리를 부를 때

전직 기자 미국 병원 채플린 생존기

불교신자 채플린이 성만찬을?


불교신자 채플린이 성찬을 나눈다는 것이 기독교 신자들로서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으실 겁니다.  그녀가 나눠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사실 이 분은 불교에 귀의하기 전에는 기독교 신자였다고 합니다. 오랜 간호사 생활 가운데 귀한 분을 만나서 삶과 밀접한 지혜를 배우는 것이 좋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병원 채플린 레지던트 과정에서 배움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병실을 방문했는데 자신과 같은 50대로 보이는 백인 여성인데 말이 참 잘 통했다고 합니다. 오랜 심장병으로 병원을 전전하다가 이 채플린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병상에 있는 동안 명상도 함께 하고 깊은 내면의 아픔도 함께 나눴다고 합니다. 특히, 부부 생활이 원만하지 않아서 이혼을 하고 혼자 살아가는 환자를 이 채플린은 자신의 친구처럼 대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종교에 관해서도 창조주를 믿는 부분에서 서로 동일성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천에 있어서 환자 분은 예수님의 정신으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무척 애를 썼지만 교회에서는 이혼녀라는 낙인이 심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되었고 혼자 예배를 드리며 하나님을 만나곤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환자분이 채플린에게 성만찬을 부탁했는데 처음에는 이 채플린이 조금 당황해서 제가 채플린이긴 하지만 목사는 아니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그 환자분이 채플린이 나눠주는 예수님의 몸을 받고 싶다고 그러더라는 겁니다. 이 채플린은 순간 조금 당황했지만, 그녀도 예전에 교회에서 성만찬을 해 봤고 동료 목사님께 부탁해서 빵과 포도주스를 준비해서 함께 성만찬을 나눴다는 겁니다. 사실 지역 교회에서 나누는 그런 격식 있는 성만찬은 아니었겠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님의 차별 없는 사랑과 희생과 나눔이 그 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나눔이 끝나고 더 이상 토론은 없었습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한편으로는 말할 수 없는 도전을  또 한편으로는 채플린과 환자의 관계의 특수성이 이 성찬을 가능하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원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교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실제 현장에서는 받아들여지는 배움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족인데요,  

헨리 나우엔 신부님의 책 ‘상처 받은 치유자 The Wounded Healer’의 소개된 도망자 이야기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어느 날 적들에 쫓기던 도망자가 한 마을에 숨어들었습니다. 마음씨 좋은 마을 사람들이 그들 숨겨 주었지요. 곧 군인들이 들이닥쳐 도망자를 수색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 도망자를 내놓지 않으면 마을을 불태워 버리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겁에 질려 그 마을 이장에게로 달려가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방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이장은 고민에 빠집니다. 그리고, 문을 걸어 잠그고 성경을 펼쳤습니다. 그 눈에 띈 구절은 바로 “모든 사람들이 죽는 것보다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더 낫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군인들을 불러 그 도망자가 숨은 곳을 알려 주었습니다. 결국 그 도망자는 군인들에게 붙잡여 죽었고, 사람들은 마을을 구한 이장을 위해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그러나, 웬일인지 이장은 즐겁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깊은 슬픔 속에 잠겨 방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 날밤 천사가 나타나 그에게 말했습니다. “무슨 일을 하셨소?” “도망자를 군인들에게 넘겨주었습니다.”라고 이장이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천사가 말하기를, “당신이 넘겨준 사람이 메시아인 줄 몰랐단 말이오?” 이장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아니 내가 도대체 어떻게 안다 말이오?”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천사가 “성경책을 읽는 대신 그 젊은 청년을 단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나 그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았다면 알았을 텐데 말이오.”라고 말했습니다. (p. 29, 저자 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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