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비평 <맨체스터 바이 더 씨>(2016)

by 유월

영화가 시작되면 우리는 ‘리(Lee)’(케이시 애플랙 분)의 불안한 눈빛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다짜고짜 욕설이 튀어나오고 아주 단순한 이유로 서슴없이 주먹질을 행하지만, 상반된 모습으로 흔들리고 있는 위태로운 눈빛은 동시에 그의 역사를 살펴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그는 보스턴에서 스스로 노동착취를 감내하고, 좁은 방에서 기거하며 되는대로 살아가는 듯 보인다. 이윽고 형의 부고를 들은 리는 맨체스터로 떠나고 점점 그의 과거가 비친다.


자신의 실수로 아내와 아이들을 잃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맨체스터에서의 행복했던 순간과 아픔의 순간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그의 삶에서 수시로 떠오른다. 문득문득 넘어가는 영화의 플래시백은 그러므로 그의 의식이 불안하게 단절되고 있음을 뜻한다.


맨체스터라는 공간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바다이다. 그리고 바다는 불변성과 가변성의 양면을 모두 갖고 있다. 바다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보냈던 공간이자, 현실이 철저히 무너진 절망의 순간에서조차 빛나고 있는 공간이다. 그렇게 불변하는 바다를 볼 때, 현실의 절망이 역설적으로 더욱 강조되기도 하고, 자신에게로 향하는 분노가 표출되기도 한다.(그는 형의 집에서 바다를 비추는 창문에 주먹을 내지른다.) 바다는 또한 모습을 바꾸며 변화기도 한다. 바람이 불고 날씨가 나쁘면 바다는 요동친다. 이러한 바다의 이미지는 그의 절망적인 내면을 다루는 쇼트들 바로 다음에 배치되어 내면에 대한 효과적인 비유가 된다. 그러므로 바다라는 근원적인 공간은, 그의 기억과 의식 깊은 곳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그는 조카 패트릭과 배를 통해 관계한다. 배는 리의 육체와 대구를 이루는 요소로 봐도 무방하다. 대사 중, ‘모터는 배의 심장이다’라는 대사는 이를 직접적으로 나타낸다. 그의 형이 심장병으로 죽었고, 배의 심장인 모터가 낡았다는 점과, 리와 조카가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낸 곳이 배였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이는 또 하나의 비유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조카와 함께 배의 심장인 모터를 교체한 다음부터, 이전에 보였던 절망적인 모습에서 조금씩 탈피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조카의 거취에 대해 직접 발로 뛰며 ‘모르겠어’로 일관하던 주변 상황을 차차 정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영화는 그가 치유됐음을, 혹은 치유되고 있음을 섣불리 제시하지 않지만, 치유의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섬세한 눈길로 아픔을 바라보고 인물을 담아내며, 결말에는 그 가능성을 넌지시 제시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영화적 태도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가지는 조용한 힘이 되며 관객에게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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