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사소한 유령에 관하여
여지없이 <브로큰 플라워>는 웃긴 영화다. 아들의 존재를 찾아 헤매는 돈 존스턴(빌 머레이)의 이야기에 실제 배우(빌 머레이)의 아들이 등장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한 소년이 차를 타고 지나가며 돈을 응시한다. 그가 바로 빌 머레이의 실제 아들이다. 그 순간 나는 그것이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이면서, 동시에 거의 공포영화에 가까운 장면이라고 느꼈다. 아들이라는 유령에 사로잡힌 돈 존스턴. 아들이라는 존재는 그의 무료한 일상에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이지만 그 아들의 실체는 누구도 알 수 없으니, 희망의 유령이 그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그를 지나치는 모든 청년들은 마치 “나는 너의 아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하며 쌩-하고 지나갈 것만 같다.
돈은 호색가 돈 주앙의 인생처럼 많은 여성들을 만났었다. 나이가 들고 무료하게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분홍색 편지를 받게 되고, 친구의 계획에 따라 자신의 아들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그러면서 과거에 교제했던 네 명의 여성을 만난다. 사실 그는 여행 중 다른 몇 명의 여성들을 더 만나기도 한다. 출발하는 날 공항에서 퀴즈를 푸는 여성, 동물과 대화하는 전 애인의 비서, 친절한 꽃집 아가씨 등이 그들이다. 특별히 대화를 나눈 여성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의 시선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돈의 시선에는 돈 주앙의 호색가적인 눈길이 다분히 녹아있다. 만약 그 순간순간들에 젊었을 적의 존이 있었다면 말 그대로 ‘어떻게 한번 해보는’ 시도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존이 그들에게 작업을 거는 과정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그 많은 ‘기회’ 앞에서 무기력한 존을 그릴뿐이다. 그러면서 네 명의 전 애인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존은 아들의 정체에 관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 결국 그는 세월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그래서 다만 움직일 뿐이다.
돈은 움직일 수 있는 핑계를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친구는 돈의 여행 계획을 멋대로 짜도 당연히 그가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그 편지 하나로 그는 고된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그것들은 단지 핑계일 뿐이다. 삶의 이유를 다시 찾기 위한 여정, 그것을 시작하기 위한 사소한 핑계인 것이다.
바이런의 시에서 돈 주앙이 보았다는 유령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검은 망토를 입은 수도승이라 표현된 그 유령을, 짐 자무쉬 감독은 ‘아들’이라고 해석한다. 그 유령은 돈의 남은 일생을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사소한 핑계를 제공할 것이다. 살면서 그렇게 오싹한 유령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어떻게든 나를 움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