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습격

20년 9월 4일의 기록

by 므므무

거미가 내 방 안을 기어다닌다.
벽을 기다 창문으로
창문을 기다 천장으로
그러다 실을 타고
뚝.

내 눈앞으로 떨어진다.


나는 거미가 무섭다.

아주 작은 새끼 거미도
내 안에서는 거대해져서

새끼 거미를 쓸면 어미 거미가 온다던데

이미 나는 그 어미를 보고 있다.


우습게도
손짓 한번이면 생명을 앗을 수 있으면서
나는 내 손톱보다 작은 새끼 거미에게서 달아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가만히 거미의 동선을 눈으로 쫓으며,
거미야 그만 가려무나
밖으로 나가려무나
어미도 새끼도 더 끌고 오지말고 이곳을 떠나려무나
하다가,

여덟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에 또
흠칫.


거미는 침대 곁으로 다가와
내 머릿속을 파고든다.


뇌로 기어들어,
뭐가 무섭니? 하던 일 하렴
누워서 뒹굴고 핸드폰을 만지고 잠을 자고
침대에서 하던 일 마저 하렴


조그마한 생명에 연민을 느끼다가도
나는 도로 침대에 눕질 못했다.
거미가 나를 잡아먹을까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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