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10월 19일의 기록
"지금 들어오고 있는 열차는 이 역을 통과하는 열차입니다."
습관적으로 두 귀를 막는다.
청각이 다가오는 열차에 대한 경고를 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청각을 차단하는 것만으로 나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누군가 친밀감이 우리가 잃어가는 또 다른 감각이라던데,
어쩌면 우리가 친밀감을 상실하는 것은
그 감각을 차단하는 것만으로 인간관계 속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 모든 것을 부딪히고 맞서 싸우기에는
다들 나처럼
소심하고 부끄러워서
혹은 이미 지쳐버려서
그저 차단하는 것으로 자기 방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청각이 공포를 물어다 주는 것이 내 생명을 지키기 위함이라면,
친밀감이 물어다 주는 공포는 나의 무엇을 지키기 위함인 것일까
세상에는 선도 악도 없다던데
왜 나는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악때문에
늦은 밤 캄캄한 지하철역
나와 같은 시간에 우연히 같은 장소에 있을 뿐인
지나가는 저 낯선 이로부터 두려움을 느끼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가 친밀감을 차단하는 것은
사람이란 존재만으로도 이미 악에 대한 공포를 느껴버리고 마는
스스로를 부정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