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지갑

19년 11월 4일의 기록

by 므므무

비극이란 갑자기 찾아온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어떤 암시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버스에서 내린 후
발걸음을 옮겼을 때
지갑을 잃어버렸음을 깨달았다.


내가 당황한 이유는 딱 하나,
스스로가 너무 차분하다.
민증이 없다!

이름과 거주지와 나이를 잃었다.

카드가 없다!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을 잃었다.
사회와 나의 연결고리라고는
손에 들린 핸드폰뿐.


그래서 뭐라더라...

삶이란 그 모든 비극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더랬나.

삶과 비극은 동일하다며,
삶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글을 쓰던 나는
뭐 그리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고.


정말 죽음에 닥쳤을 때에는
죽음을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거대한 비극에 닥쳤을 때에는
내가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논할 수나 있을까.


지갑을 잃고 나는 그토록 주장하던 아름다움이 되었다.

허망한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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