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11월 13일의 기록
길을 묻는 사람에게 괜한 오지랖으로 잘못된 길을 일러주었다.
'잘 모른다고 할걸.'
죄책감에 온몸이 시리다.⠀
휴지가 없어 클렌징 티슈로 콧물을 훔치고
지하철을 나서서 터벅터벅.
바스라지지 않는 나뭇잎들을 밟아보며,⠀
너네도 아직 완전한 갈빛으로는 익지 못한 채
나무에게서 떨궈졌구나.
이 시린 가을에 아직 시퍼런 너의 어리숙함을 감추지 못했구나.⠀
나는 나의 시퍼런 부분이 드러나는 것이 무서워
갈색 물감으로 덧칠도 해보고,
보이지 않게 접어도 보고,
구겨도 보고,
별 짓을 다하다 그만 너덜너덜 꼬깃꼬깃.
어리숙함이 더 부끄러운 모습이 되어버려,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두 눈과 두 귀를 막은 채 이불 속으로 숨었다.
곰 인형을 껴안고 놀던
어린날의 냄새가 나는 나 혼자만의 놀이동산으로.
다시 눈을 뜨자
시퍼런 나의 일부가 자기 모양을 되찾았다.
나는 아직 회전목마 위의 어린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