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이들에게
오늘 학교 스타벅스에서 있던 일이다.
친구랑 프로젝트를 하려고 와보니 어떤 홍콩 남자아이가 친구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무슨일이나 궁금해서 쳐다보니 긴장한 듯 내게 인사를 했다.
"안녕, 너 친구가 큐트 (Cute)해서 번호 물어보려고 말 걸었어. 내 이름은 Keith야."
그 후로 이어진 약 20분남짓의 대화는 상당히 내 심기를 건드렸다.
"너네 gpa 뭐야? 홍콩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랑 경쟁하려면 높아야 될 텐데"
"너네 춤 잘 추지. 한국 여자애들은 다 춤추던데"
"(친구한테) 너 운동 해? 너 딱 봐도 운동 안 할 것 같아."
한국인, 그리고 한국 여자에 대한 무례한 일반화의 하이라이트는
"You look strong (너 쎄보여)"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초면에 쎄다는 소리는 한두 번 들어본 적은 아니지만 바다 건너 홍콩까지 와서 현지인에게 직접적으로 들은 적은 처음이었다.
홍콩 남자아이는 내 친구를 보더니 한소리 더 했다. "You look weak." 친구는 아마 weak이란 단어의 의미를 순함, 약함, 연약함 등의 뜻 사이에서 고르느라 고심했을 것이다.
Resting Bitch Face라는 단어가 있다. 직역하면 "쉬고 있는 나쁜 X의 얼굴, " 무표정일 때 (무서운) 여성의 얼굴을 가리키는 RBF는 내가 가지고 있는 병 아닌 병이다.
RBF는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많은 영미권 신문에서 다뤄진 "불치병"이다.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마!" 아니면 "당당하게 살아"라는 도움 안 되는 처방이 대다수였다. 차가워 보이는 인상때문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심지어 나를 아는 선후배들에게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게 지겨워서 아는 오빠에게 불만을 호소했다. 오빠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다.
"너 편하자고 그렇게 무표정으로 다니려면 그 댓가도 담담히 받아들여"
"You have to own up to your face"
그 후로 웃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했지만 워낙 입꼬리가 쳐진 터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대학교 막 학년이 24시간 웃고 다니기에 세상은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물론 호감 가는 인상, 중요하다.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자 없다.
하지만 이 잣대가 남녀노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억울하다.
Resting "bitch" face는 있지만 Resting "asshole" face는 없다.
아무튼 오늘 드디어 깨달았다.
-새벽 두 시 반, 분노와 짜증의 끄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