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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won Jan 27. 2016

멘토는 책 밖에서

구글에서 찾은 나의 멘토

멘토링(mentoring)이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단어로 원래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겸비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1:1로 지도와 조언을 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의미가 포괄적으로 변해서 선배가 후배에게 조언을 하거나 프로젝트나 행사를 통한 지도도 멘토링이란 단어를 쓴다. 


보통 멘토링은 두 종류로 나뉜다. 


1. 내가 접할 수 있는 선배/지인/선생님 등의 직접적인 멘토링

2. 책이나 강연 등을 통한 내가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간접적인 멘토링


멘토링을 추구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멘토와의 직접/간접적인 교류를 통해 본인의 일부분이나 전부를 바꾸거나 발전시키고 싶은 의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멘토링을 통해 앞으로 가기 위한 지정 표를 세우거나 미래에 도착할 지점을 그려본다.  


대학교 사 학년이 되고 나니 멘토를 찾아야 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강에 떠있는 낙엽처럼 속수무책으로 흘러가버린 지난 3.5년에 대한 후회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내게 지정 표가 될 수 있는, 그런 멘토를 찾고 싶었다.


주변에서 멘토를 찾자니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어서 교보문고에 가서 자서전들을 들춰보았다.  

싱가포르를 건국한 리콴유, 세계 몇십 개국을 여행한 꿈의 전도사 이수영 씨, CNN 앵커 Anderson Cooper 등등. 평소에 관심 있게 지켜보던 사람들의 기록들을 몇 장 읽고 나서 오히려 나와의 다름을 느낀 채 책을 덮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오지를 다니면서 말라리아에 걸리기는 싫고

나는 사람들과 소통을 좋아하지만 몇십만 명을 이끌 용기 및 지혜는 부족하고

나는 기자를 하고 싶지만 카메라로만 무장할 채 아프리카에 갈 용기도 없다.



이 고민을 제일 진지하게 할 때가 구글에서 인턴을 할 때였다. 


주변에서 워낙 일도 똑 부러지게 하고 멋진 취미나 특기 (10년 가까이 요가를 수련한 동료, 중국 전국 미술대회에서 일등을 한 동료, National Geographic에서 조연출로 세계 곧 곧을 누볐던 동료  등등)를 가진 사람들과 일을 하다 보니 자신감은 곤두박이쳤다.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될지 감이 안 잡혔다.





이 고민을 가장 진지하게 들어준 사람은 내 앞자리에 앉았던 쉐리 언니였다. 


대만 출신 쉐리 언니는 외교관인 아버지 덕분에 영어와 중국어를 완벽히 한다. 대학 때부터 신문사, 세계 최고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 컨설팅 그룹 (Boston Consulting Group) 등에서 인턴을 하고 미술 경매 쪽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다. 대만국립대 재학 때는 스텐퍼드 대학의 Design Thinking 강의를 듣고 영감을 받아서 대만 최초 Design Thinking 클럽을 만들어서 NGO나 회사들에게 컨설팅을 해줬다. 그리고 그 내용을 엮어서 책까지 쓴 26살의 저자이다. 




언니와 대화를 할 때 주제는 항상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Inspiring 하다.


예를 들자면 언니는 대학을 졸업한 후 첫 창업을 했다고 한다. 매 주 정해진 테마(theme)에 맞는 와인 네 병을 구매자의 집으로 배달해주는 스타트업을 만들었는데 테마에 맞는 와인을 찾느라 아침 9시부터 와인을 마셨다고 한다. 


오늘은 뜬금없이 


"Hey, I got one challenge for myself today." (나 오늘 도전할 거 하나 있어)


"I am buying three warm items for a homeless person today." (오늘 안에 노숙자에게 따뜻한 물건 세 개 사줄 거야)라고 했다.


*참고로 지금 홍콩은 57년 만의 최고의 추위를 경험하고 있다. 그래 봤자 영상 3~5도지만 난방시스템이 없는 홍콩에서는 정말 손발 시린 날씨다.




언니와의 수많은 점심과 시답잖은 대화를 통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면

언니는 참 장미 같은 사람이다.


까도 까도 냄새나는 양파 같은 사람이 있다면

까면 깔수록 향이 더 짙어지는 장미 같은 사람이 있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은 책 안이 아니라 

내 앞에 앉아있었다.



언니 같은 사람을 멘토로 둔 나는 특별히 운이 좋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를 펴보며 나처럼 좌절하기 전에 한 번만 주위를 유심히 돌아봤으면 좋겠다.


멘토는 책 밖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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