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정신병원 (1)
현재 나는 정신병원에 입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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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정신병원 입원인만큼 병원 도착 전부터 혼란스럽고 모르는 것들이 많았다. 인터넷에 찾아봐도 널리고 널린 각종 후기 사이에서 ‘정신병원’ 후기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환자들이 병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가 있다고 한다).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아가지만 아직도 ‘정신과’ 특히 ’ 정신병원’에 대해 사람들은 매우 어렵게 느끼는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입원 전만 해도, 내게 정신병원은 다른 소행성 같은 곳이었다. 나같이 어쩌다 이곳에 당도한 사람들을 위해, 지난 열흘간의 기록을 여기에 풀어보고 싶다.
6월 초쯤, 평소보다 우울증이 심해졌음을 직감했다. 자살충동이 평소보다 자주 들었고, 생각들이 진해졌다. 자세한 설명은 줄이겠다.
문득, 몇 개월 전에 잡아놨던 세브란스 정신과 예약이 생각났다. 동생의 친구가 대학병원 정신과에 입원하고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심결 예약을 했다.
의뢰서가 필요해서 진료 바로 전에 급히 원래 다니던 동네 정신과에 갔다.
“제가 대학병원에 가도 될까요? 그런 곳은 거의 실제로 자살 시도를 해야지 가는 곳 아닌가요?”
의사는 내가 필요하다 느끼면 가는 것이라고 의뢰서를 써줬고, 나는 늦을까 봐 택시를 타고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다.
네모난 안경을 쓰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의사 앞에 앉았다.
항상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뒷사람과 의사의 사정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본론(?)을 속사포처럼 말하고 나오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후다닥 쫓기는 것처럼 심해진 자살충동 얘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신세한탄을 하더니 어느 순간 빵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의사 선생님은 진정하라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물어봤다.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나 같은 흔하디 흔한(?) 우울증 환자가 입원을 한다고?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은 우울증이 만성이 된 것 같아서 치료가 더 어려워졌다면서, 나를 일주일 정도 지켜보고 판단을 내리시고 싶다고 하셨다. 지금 먹고 있는 약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셨다.
”네, 입원할게요. “
나는 별 고민 없이 덥석 제안을 받아들였다. 일주일간 계속 병상에서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기회라니! 이것이 웬 떡인가!
하지만 입원 후 얼마나 내 생각이 나이브 (naive)한 지 바로 깨달았다.
와보니, 이곳은… 내가 생각한 것처럼 약을 먹고 쉬는 곳이 아니었다.
정신병동은 세브란스 병원 본관과 암 병원 사이에 끼어있는 무채색의 ‘광혜관’이라는 빌딩에 있다. 3층은 보호병동, 즉 폐쇄병동이고 나는 개방병동인 4층에 머물렀다.
나의 커피와 위스키 인테이크를 들은 의사 선생님은 하루나 이틀정도 폐쇄병동에 있으면 어떠냐고 넌지시 물으셨고 나는 결사반대를 했다.
그 대신 삼 개월 동안 술과 커피를 끊고 입원 기간 동안 병원 밖으로 탈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반강제로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술이 마시고 싶어서 밤에 환자복을 입고 탈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은 술과 커피가 나의 우울한 감정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삼 개월 정도 끊으면 나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고 싶다고 하셨다. 구시렁되며 알았다고 했다.
환자복을 입고 누우니 조금씩 현실파악이 되었다.
간호사 선생님은 개방병동이지만 병원 밖으로 나가면 안 되고, 잠깐 산책을 가도 보고를 해야 된다고 하셨다.
“혹시… 배민은 되나요?”
배달 음식 중독인 내게는 중요한 질문이었다.
“절대 안 됩니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래도 집에서 바리바리 제로 콜라 열 캔을 가져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해서 창문을 열려고 하니 문고리를 찾을 수 없었다.
두리번거렸더니 앞 병상 보호자께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긴 창문 안 열려요~ 여기 특성상.”
아… 이게 아닌데…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