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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won Jun 22. 2023

아침에 죽음이 생각나면

어쩌다 정신병원 (7)

보통, 사람들은 밤에 ‘센치’해지며 이런저런 감정이 올라온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정신병동 입원 후, 나는 아침만 되면 해로운 생각들이 올라와서 너무 힘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병실이 보인다. 그다음 현타가 나를 반긴다.



이른 아침, 얕은 잠에서 깬 후 주위를 둘러보면서 “내가 왜 여기에 있지? 내가 왜 여기까지 왔지?”라는 생각들이 밀려온다.


감정은 아침부터 요동친다. 과거 안 좋은 기억이 불청객처럼 찾아와서 요란하게 노크한다. 동시에 막막함이 마음을 덮는다.


병실에서 눈을 뜨자마자 하루가 너무 기약 없이 길게 느껴졌다. 이 하루를 어떻게, 무엇을 하며 채울지 생각하면 할수록 막막해졌다.


우울증과 같이 찾아온 무기력함은 내게 모든 흥미와 호기심을 앗아갔다.


서핑, 암벽 타기, 도자기 만들기, 독서 등 안 해본 것이 없다. 하지만 그 어떤 것을 해도 재밌거나 기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돌고 돌아온 곳은 항상 동네에 있는 위스키 바였고 그곳에서 나는 행복을 찾았다 (참고로 교수님이 나는 알코홀릭까지는 아니라고 하셨다. 그냥 위스키와 칵테일로 위로를 받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나의 ‘야전병원’


교수님과 면담 도중 나는 아침에 죽음을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교수님께서는 담담하게 실제로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밤보다 아침을 힘들어한다고 하셨다. 의외였다.




나중에 찾아보니 ‘아침 우울 (morning depression)‘은 생각보다 흔했다.


특히 수면위생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 나타난다고 한다. 깊은 수면이 어려운 내가 아침에 좋은 컨디션으로 일어나기란 어렵다.


아침 우울에 관한 기사


기사를 읽어보니 아침에 우울함을 크게 느끼는 사람들은 특히 내가 느꼈던 막막함이나 무기력함을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침대를 벗어나는데도 어려움을 느낀다.


교수님은 아침에 꼭 약을 챙겨 먹고, 일단 수면위생을 현재 50%인 상태에서 80-9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수면위생이란? (출처: 삼성서울병원 웹사이트)


일단 낮잠을 절대 자면 안 되고, 매일 같은 시간에 취침하고 기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또 잠이 안 온다고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하셨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졸피뎀 성분이 있는 수면유도제를 먹고 술을 마신 후 몽유병 증상을 보인적이 몇 번있어서 절대 약과 술을 같이 먹으면 안 된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또다시 울적하고 막막한 기분이 몰려왔다. 퇴원을 한다고 갑자기 좋아질리는 없다.


하지만 휴가와 병가가 끝나면 이제 다음 주부터 정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막막하고 또 막막하다.


언제쯤 아침을 가볍게 맞이할 수 있을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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