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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won Jun 24. 2023

누구나 죽고 싶은 줄 알았다

어쩌다 정신병원 (11)

++ 주의: 자살에 관한 내용임을 미리 고지합니다++


정신병원 입원 삼일 차, 내가 있던 4인실에 새로운 ‘룸메이트’가 들어왔다.


나는 침묵을 어려워하는 편이지만 정신병원에서까지 굳이 에너지를 써가며 대화를 시도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대학생인 친구가 먼저 친근하게 말을 걸어줬고, 다른 환자분께서 퇴원하시면서 병실에 우리 둘만 남게 되자 급속도로 친해졌다.




우리의 대화 주제는 다양했다.


친구는 내게 본인 최애 케이팝 그룹이라며 엔믹스를 열심히 영업했고,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에 대한 썰을 풀었다.


정신병동에서 만난 특수한(?) 상황 때문에 사회에서 만났다면 아마 하기 어려웠을 매우 솔직하고 적나라한 대화도 많이 나누었다.


그중에 하나는 자살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친구와 간 암병원 옥상정원


폐쇄병동을 경험한 친구는 그곳 친구들이 자해와 자살시도를 반복적으로 한다고 했다.


병원 침대에 달린 줄로 자살시도를 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나는 굉장히 ‘T’인 관점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근데 왜 나는 사람들이 목을 매는 방법으로 죽는지 모르겠어. 사망까지 평균적으로 15-20분이 걸리고 교수형은 목이 부러져서 죽는다던데… 익사도 15-20분 걸린다고 하던데, 다른 방법들이 많은데 왜 선택하지 않는 거지?”


나는 연탄, 건물에서 뛰어내리기, 덤프트럭에 치이기 등 평소에 내가 생각했던 자살방법을 말하기 시작했다.

[…]


“언니…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왜 해?! “


“근데 다 자기가 어떻게 죽을지 생각하면서 살지 않나? 나는 항상 고민하는데?”


”아니….?! 언니가 그런 생각을 하니 여기 있는 거야…”


초등학교 때부터 자살에 대해 생각 한 나로서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자주 자살을 떠올리거나 염두에 두고 살고 있는지 알았다.




정신병원 입원 후 얻은 소득 중 하나는 자살 말고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입원 전에는 극한 상황에서의 마지막 선택지는 자살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내 죽음의 때와 장소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위안(?)을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해서 꼭 뛸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조금씩 소화시키고 있다.


어쩌다가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생각이 들면, 발걸음을 돌려 병원 응급실이던 정신병원을 가서 도움을 받자.  


인간이기 때문에 언젠가 삶은 끝나겠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다.


to be continued.


내가 좋아하는 그림 - man killing an idea of dying 죽을 생각을 죽여버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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