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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won Jun 25. 2023

정신병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날

어쩌다 정신병원 (12)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지 나흘이 지났다.


하지만 벌써 그곳에서의 생활이 아득하고 꿈만 같다.


그리고, 믿기지 않겠지만, 나는 정신병원이 그립다.


“나는 정신병원이 그립다.”


비록 열흘간의 입원이었지만 현생과 오로지 나를 위해 컨트롤된 환경에서의 생활은 정말 큰 차이가 났고 지금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나랑 비슷한 시기에 입원해서 나보다 일찍 퇴원한 사람들도 몇 봤으니 그 세계에서는 그렇게 짧은 시간도 아닌 것 같다).


나는 친구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정신병원에서의 생활을 ‘멘탈 호캉스’라고 불렀다. 이유가 있다.


아침에 나를 깨워주는 간호사와 바로 손에까지 쥐여주는 약 (그렇다, 현생에서는 약조차 챙겨 먹을 에너지가 없다. 제시간에 꼬박꼬박 먹기는 더 힘들다), 표정이 안 좋으면 바로 컨디션을 물어봐주는 사람들, 매끼 배달되는 영양가 있는 식사, 하루 두 번 나의 고충을 들어주는 의사들.


잦은 슬랙 메시지와 속보 알람에서 해방되어 자동으로 된 디지털 디톡스 (이메일함을 이렇게 오래 안 보기는… 스마트폰 등장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18,549개의 이메일과 555개의 카톡


쌩얼과 부스스한 머리로 돌아다녀도 아무도 신경 안 쓰는 곳. 헐렁한 환자복 안에서 느끼는 자유로움.


퇴원날 콧노래를 부르며 싼 짐


정신병원 안에서, 나는 그냥 존재만 해도 충분했다.


숨만 쉬어도 충분한 기분.


어릴 때 이후로 느껴보지 못했다. 항상 나의 쓸모 있음과 생산성을 증명하고 또 증명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면 죄책감과 불안감에 쉽게 휩싸였다. 그래서 머리를 통째로 비우고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한 그 열흘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곧, 오랜만의 출근이 다가오면서, 나는 모든 것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냥 다시 정신병원에 들어가서 내가 있던 4인실 구석자리 이불속으로 꽁꽁 숨고 싶다.


퇴원하면서 나는 교수님과 간호사 쌤들에게 큰소리쳤다.  


이것은 나의 첫, 그리고 마지막 입원이라고.


사실 내게 한 다짐이었다.


입원을 하는 동안, 퇴원 후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내가 이곳을 습관적으로 들락날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자주 입원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물론 필요에 의해하는 입원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굳게 마음을 먹지 않으면 정신병원은 내게 쉬운 도피처가 될 것 같았다.


내 예감은 적중했다.


나는 퇴원 이틀째부터 정신병원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 그 마음이, 너무 힘들다. 나의 나약함에 자괴감이 들지만 동시에 다가오는 일주일이 너무 무겁고 무섭다. 하루를 채워내기가 너무 어렵다.


그냥 오로지 존재만 해도 괜찮은 정신병원이 그립다.  


to be continued.


퇴원예정이라고 하니 갑자기 간호사쌤이 가위로 싹둑 자른 나의 팔찌.    나도 모르게 정이 들었나보다. 아쉬워서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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