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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연 Apr 16. 2019

남편은 자신이 아이를 다 키웠다고 말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남자의 육아와 여자의 육아

남편과 나는 결혼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맞벌이를 해왔다.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들의 고충은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이가 어릴 때 몇 년 동안은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나는 육아와 일 사이에서 늘 외줄타기를 하는 심정으로 전적으로 육아를 책임졌다고 생각한다. 친정엄마일지라도 누군가에게 아이의 육아를 부탁하는 일 또한 육아에 있어 매우 큰 부분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남편은 어딜 가나 딸아이를 자신이 다 키웠다고 말한다.      


“내가 OO이를 다 키웠다니까~.
내가 기저귀도 많이 갈았고,
와이프 출장 갈 때면 친구들 모임에도 데리고 가고
밥도 내가 다 먹였어.”     


물론 남편이 아이의 육아에 있어 대한민국 평균적인 남자들에 비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사실이다. 평소 자상한 스타일의 남편은 자신의 친구들 모임에도 아이를 데리고 가고, 남편친구의 아이들과 함께 며칠 간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아이가 많이 어릴 때도 내가 출장을 가면 남편이 워낙 아이를 잘 돌보았기 때문에 걱정 없이 떠나곤 했다.  

또 아이가 어릴 때 외식을 나가면 주로 남편이 아이 옆에 앉아서 밥을 먹이고 돌보곤 했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집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었다. 엄마는 혼자 여유있게 식사를 즐겼고, 아기의자는 늘 남편 옆에 꼭 붙어 있었다. 그래서 남편은 아이의 식사를 챙기고 먹이느라 외식을 나가서도 서둘러 식사를 하곤 했다.  

섬세하고 꼼꼼한 남편이 아이의 먹을거리를 아이의 입맛이나 연령에 맞춰 더 적절하게 제공했고, 약간 자유방임주의인 나는 내가 평소 먹는 스타일대로 아이에게 밥을 먹이곤 했다. 그랬기에 딸아이의 입장에서는 아빠가 더 편했던 것 같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한다. 남편은 ‘Take care of DNA’가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아직까지도 감사한 부분이 많다.      


남자의 육아와

여자의 육아

하지만 남편이 자신이 아이를 다 키웠다고 말을 할 때면 육아의 A TO Z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한마디로 ‘돌봄’과 관련한 육아에 중점적으로 많이 참여했다. 이를테면 기저귀를 갈거나 씻기고, 밥을 먹이는 일 등이다. 물론 비슷한 정도로 엄마인 나도 당연히 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그것은 엄마가 볼 때는 육아에 있어 일부분일 뿐이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매일 밤마다 아이를 재우는 일, 새벽에 우는 아이를 달래서 모유를 먹이거나 우유를 먹이는 일이 얼마나 체력적으로 고된 일인지를 말이다. 똑같이 다음날 출근을 했지만, 새벽에 깨서 아이를 돌보는 일은 늘 엄마의  몫이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 해보지 못한 호사는 혼자만의 방에서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잠을 자는 일이다.  

남편은 퇴근 후 자신은 육아에 충분히 참여했다고 말하며, 아이를 재워야 할 시간이 되면 스마트폰과 함께 혼자만의 침대나 소파에서 잠을 청했다. 나는 아이가 잠들 때까지 늘 곁에서 아이를 재웠고,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동화책을 3~4권은 읽어주곤 했었다. 그러면서 아이와 한 침대에서 늘 불편한 잠을 청했다. 밤새 아이가 조금만 뒤척여도 깨어나 기저귀를 갈거나 모유를 먹였다.      


아이가 커갈수록

엄마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남편이 아이를 자신이 다 키웠다고 말하지만, 아이와 관련한 사회활동에는 거의 신경을 쓰는 경우가 없었다.

예를 들어, 아이의 돌잔치를 기획하고, 예약하고, 준비하고, 초대하는 일도 엄마의 역할 중 하나다. 또한 개월 수에 맞춰 예방접종 시기를 파악하고 적절한 소아과를 찾아 병원에 데려가는 일, 아이가 아플 때 휴가를 내거나, 휴가를 내지 못하면 토요일에 병원에 데려가는 일, 비상시에 주변에 아이를 맡아줄 사람을 섭외하거나 데려다 주는 일도 그렇다.     


“내가 일찍 퇴근해서 어린이집에서 oo이 데려올게.”     

남편은 선심을 쓰는 것처럼 말하고는 자신이 아이를 다 키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날은 일 년에도 몇 번 손꼽는 일이다. 엄마들에게 있어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오는 일은 다된 밥상에 숟가락 하나 놓는 정도의 일이다.

‘구립어린이집을 보내려면 태어나자마자 어린이집마다 다니며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어떤 어린이집을 보낼지를 지역 맘카페에서 사전조사를 하고, 어린이집에 갈 때 필요한 준비물과 낮잠이불을 미리 사서 챙기고, 하루도 빠짐없이 알림장을 확인해 아이의 어린이집에서의 하루가 어땠는지를 살피고 답장을 하고, 소풍이라도 갈 때면 새벽같이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  엄마의 어린이집 육아는 바로 이런 부분까지도 포함된 것이다.


이런데도 남편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몇 년 동안 아이를 봐주시는 친정엄마나 와이프를 대신해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몇 번 데리고 왔음을 얘기하며 자신이 아이를 다 키웠다고 말한다. 무심한 남편들에 비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맞지만, 엄마들이 감당해야 할 육아의 무게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어린이집에서 아이의 교우관계를 위해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해본 적이 있을까.  스승의 날 때 학원이나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해봤을까. 또래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낯선 엄마들에게 먼저 연락을 하거나 모임에 참석해보긴 했을까.  

선생님과의 상담시간에 맞춰 휴가를 내고, 어떤 옷을 입고 갈까 고민이나 해봤을까. 이 모든 것들이 엄마에겐 육아의 일부라는 걸 알기는 알까.


그리고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이면 또 다른 육아전쟁이 펼쳐진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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