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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GO Mar 31. 2020

결혼식과 꼬치구이

Food and the city 자카르타 - 사떼


"나 드디어 결혼해. 자카르타인데 와 줄 수 있니??"


대학교에 입학하고 학교 수업 중에 친해진 패밀리 중에 한 명인 친구로부터 결혼식을 초대받았다. 대학교 시절부터 하면 벌써 16년 이상 된 친구로, 좋은 일이 있을 때는 항상 연락해 왔던 친구로 현재는 싱가포르에서 살지만, 결혼을 위해 고향인 자카르타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13년 정도 전에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아 2주가량 그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가족들과도 친해졌었다. 자카르타는 후덥지근하고, 거리가 차로 꽉 들어차서 도로 위에서 몇 시간이고 보낼 수밖에 없는 동남아시아의 메트로폴리탄이다. 친구 부모님께서 사주신 내 손보다 훨씬 큰 새우나 오징어 가 맛있긴 했지만, 나는 도시가 답답해서 혼자 족자카르타로 이동해 오토바이를 타고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녔다. 밤에는 맥주를 사들고 인력거 장수들과 함께 게임을 했던 기억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그리고는 다시 자카르타로 돌아와 발리에 가서 바닷가에 나가 시푸드를 먹었던 기억. 그리고, 내가 사는 일본에 가족여행을 왔을 때도 모두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던 기억까지, 함께 한 시간과 인도네시아에서 보냈던 시간이 내 머리를 맴돌았다. 서로 빨리 결혼해라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드디어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한다.

물론 나는 친구를 위해 흔쾌히 참가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결혼식 참가보다 더 자카르타를 방문하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인도네시아 음식 중에도 인도네시아식 꼬치구이인 사떼를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도 사떼 생각이 자꾸 났다.


포시즌 호텔 자카르타

매번 가보고 싶었던 포시즌 호텔은 인도네시아에서 매우 저렴한 금액에 예약을 할 수 있었고, 나는 짐을 호텔에 놔두고 나서 너무 피곤하여 침대의 유혹에 빠져 낮잠을 자고 말았다. 사실 마음에는 인도네시아 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택시를 타고 나가는 게 너무 귀찮아서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간단하게 먹는 것을 선택했다. 카르파쵸나 샐러드 스테이크 그리고 마티니까지 모두 너무나 훌륭한 식사였지만, 내 마음에는 달콤 짭조름한 사떼의 땅콩소스가 자꾸 생각났다.


사떼를 먹다.

다음날 점심에 나는 발리 음식 전문점으로 이동하여 사떼와 아얌 고렝 (닭고기 튀김) 그리고 틸라피아 튀김까지, 내가 기다리던 전통음식을 먹으러 택시를 타고 도심으로 향했다. 

사떼는 닭고기가 일반적인데, 소고기나 생선으로도 만드는 꼬치구이로써, 동남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의 소울푸드이다. 사실 인도네시아는 전통적으로 유명한 교역국가였다. 아랍인이나 중국인 인도인 등 동남아시아는 여러 나라들이 각국의 재료를 가지고 들어옴으로써 코리앤더나 커민 같은 향신료를 소개했다. 그 영향을 받은 게 인도네시아 요리이다. 한국에서는 태국요리나 베트남 요리가 일반적이지만, 인도네시아의 요리는 중국요리나 인도요리에 영향을 받아 한국사람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사떼는 숯불에 구운 닭고기의 가슴살이나 다리살을 땅콩 같은 견과류를 넣어 고소함을 더하고 커민 같은 구수한 향을 더해 향긋함을 더한 꼬치구이의 최고봉이다. 짭짤하게 만든 소스는 가게에 따라 맛이 달라서, 담백한 맛이 있는가 하면, 간장소스 같은 것을 넣어서 색깔이 검고 진득한 소스가 발라져 있는 경우도 있다. 꼬치구이 성애자인 나는 일본의 야키토리, 터키의 케밥, 한국의 닭꼬치, 중국의 양꼬치까지 여러 가지 꼬치구이 중에 단연코 사떼가 중독성이 가장 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특히 여름밤에 먹는 사떼는 그 맛이 각별하여 숯불의 연기와 함께 시원한 맥주 그리고 사떼를 함께 먹으면 나처럼 평생도록 사떼를 찾게 하는 사떼 중독자가 되고 만다. 



인도네시아를 떠나며,  자카르다의 밤하늘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를 타고 자카르타 시내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16년 된 친구의 결혼식도 좋았지만, 역시 사떼가 최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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