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and the city - 터키 이스탄불 케밥/쾨프테
대학을 마치고 회사에 입사하기 전 동유럽과 터키를 여행했었던 적이 있다. 터키는 여행자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인 나라인데. 무엇보다 음식이 맛있고, 사람들은 친절하고, 문화유산은 찬란하며, 물가가 싸다. 나는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에서 알게 된 누나와 함께 사전에 불러 놓은 승합차에 올라 구비구비 돌아서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시간이 오후 11시가 넘어서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숙소까지 지도를 보고 걸어가는 길은 매우 긴장되는 경험이었다.
다음날 비행기에서 알게 된 누나와 함께 여행을 다니기로 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 시차 적응을 위해 커피와 함께 아침밥을 먹기 시작했다. 신선한 오이, 붉은 토마토, 하얀 치즈, 꿀, 삶은 달걀, 터키의 에크맥 빵 그렇게 많은 재료가 놓여있었던 은 아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리즈 빵을 먹으며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다리에 뭔가 털 뭉치가 지나가더니, 고양이가 나를 보고 무언가를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고양이가 원하는 것은 빵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여행자가 터키 고양이는 빵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양이는 생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고양이는 원래 고기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2차 세계 대전 때 육류의 공급이 부족해지자, 고양이 사료 회사들은 육류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고, 고양이는 생선을 좋아한다라는 개념을 사람들의 머릿속에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와 함께 빵을 먹던 고양이는 테라스 쪽으로 자취를 감췄고, 나는 내 게스트 하우스에서 나와 아야 소피아를 가던 길에 있던 슈퍼마켓 앞에서 누나와 만나 이스탄불을 여행하기 시작했다. 아야 소피아는 정말로 거대했고, 블루모스크는 성스러운 분위기여서 내가 이슬람 문화권에 있다는 것을 실감시켜주기 충분했다. 너무나도 즐겁게 여행을 한 후에 우리는 배가 고파서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백종원 아저씨가 좋아하던 퀘 프테
최근에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가장 재미있게 봤던 것이 백종원 아저씨의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라는 프로그램이다. 담백하게 담아낸 영상에 그 지역의 풍미가 살아있는 듯한 영상과 함께 음식을 소개하는 이야기이다. 특히 음식에 담긴 지식들을 가감 없이 설명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그곳에 가서 내가 먹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새로운 영역의 방송이었다.
거기서 먹은 으즈가라 쾨프테는 내가 이스탄불을 여행한 첫날에 방문했던 식당과 같은 곳인데 담백하게 구운 고기완자인 퀘 프테 와 밥. 그리고 살짝 매운 소스를 고기에 올려 샐러드를 곁들여 먹었었는데, 당시에 나는 당근 샐러드를 시켜 먹었던 것 같다. 거기에 터키의 국민 음료인 아이란을 마시면서 터키에 온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배를 타러 항구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터키의 이스탄불은 동서양이 만나는 곳이라는 것에서 매우 의미가 큰 지역이다. 특히나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는 보스포루스 해협은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중요하다. 우리는 유럽지역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넘어가는 배를 타고 겨울이지만 따듯한 햇살을 맞으며 감동에 젖어 있었다.
고등어 + 빵 = 고등어 케밥
다시 유럽 쪽으로 넘어왔을 때는 어둑어둑해지는 저녁시간이었다. 어느새 다시 배가 고파진 우리는 갈라타 다리로 발길을 돌려 고등어 케밥을 먹으러 갔다. 생선을 고기에 끼워 먹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생선을 밥과 함께 먹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니 특별할 것도 없었다. 배 위에서는 계속해서 고등어를 구워냈고, 매캐한 고등어향을 삼킨 연기가 사방에 진동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앉을자리도 없었는데, 일단 고등어 케밥을 두 개 시켜서 기다리던 중 앉아있던 터키인 커플이 이동하자마자 바로 빈자리로 움직였다. 옆에서 다른 현지인들이 케밥을 먹는 것을 보다가 투명한 컵에 담겨있는 보라색 국물과 야채가 들어있는 것을 함께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살감이라고 하는 피클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 일이다.
고등어 케밥 안에는 큼지막하게 구운 고등어와 양파 그리고 양상추 등의 심플한 재료들을 빵에 넣은 터키식 패스트푸드인데, 한입 배어 물고 피클을 먹게 되면 비린내도 없고 담백한 에크맥 빵과 잘 어울려서 멀리까지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게 하는 좋은 저녁식사가 되어주었다.
사실 케밥은 고기 야채 생선 등 뭐든 구워서 만든 음식을 케밥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케밥은 하얀 빵에 고기를 잘라서 넣은 도네르 케밥이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음식일 것이다. 독일에는 터키 사람들이 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후에 노동력 확보를 위해 많이 넘어와서 많은 터키 음식점을 오픈하였고, 현재는 독일의 문화로서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도네르 케밥을 먹을 수 있다. 오늘 점심은 그것과 비슷한 그리스 음식인 기로스를 먹었는데, 역시 문화권이 비슷헤서 그런지 비슷한 맛이었다. 오늘따라 이스탄불의 고등어 케밥과 터키 맥주인 에페스가 생각나는 밤이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잊어버린 여행을 같이 다녔던 누나의 남자 친구가 사줬다던 모자를 내가 돌려주지 못했던 것이 기억난다. 미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