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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진 Jul 11. 2021

우리 악기 만나 보자

노래로 공부해요...?!

<우리 악기 만나 보자>

박경진 작사•작곡


1

고운 명주실 꼬아 만든 사부 현악기

    맑은 소리 고운 소리 우리 악기 만나보자

열두 줄 가야금 곱게 뜯으면

    청아하고 맑은 소리

    여섯 줄 거문고 술대로 튕기면

    그윽하고 깊은 소리

    두 줄 해금 활로 비비면

    애잔하고 낭랑한 소리

    덩덕 쿵덕덕 쿵쿵덕 쿵쿵 장구 반주 곁들이면

    천년의 소리 우리 소리 모여 모여 하나 된다


2

곧은 대나무 골라 만든 죽부 관악기

    맑은 소리 고운 소리 우리 악기 만나보자

    다섯 지공 단소 입으로 불면

    청아하고 맑은 소리

    여섯 지공 대금 갈대청 울리면

    아름답고 깊은 소리

    여덟 지공 피리 힘껏 불면

    시원하고 힘찬 소리

    덩덕 쿵덕덕 쿵쿵덕 쿵쿵 장구 반주 곁들이면

    천년의 소리 우리 소리 모여 모여 하나 된다





2011년에 처음 열렸던 문화재사랑 창작동요제에서 발표되었다.

문화재사랑 창작동요제는 문화재청이 주관한 행사였는데 2011년에 한 차례만 개최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회에서 입상은 하지 못했다. 국악 작곡을 시도해 본 것은 찬불 창작 동요제의 <천년의 미소>와 함께 이 해가 처음이었는데, 솔직히 많이 부족했다. 국악이라고는 중학교 때 동아리 활동으로 사물놀이패를 하며 장구를 조금 쳐보았던 것 외엔 정규 교육 과정에서 배운 지식이 전부인데, 안 그래도 정식으로 작곡을 배운 적도 없는 쪼쪼랩 창작자가 욕심이 컸다. (<천년의 미소>가 큰상을 탄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었다.)

제가요, 굿거리와 자진모리 외에는 잘 구분도 못해요. 풍물패에서 배운 1채 2채 3채랑 무슨모리 무슨모리 하는 구체적인 장단의 이름은 무슨 기준으로 나뉘는데요? 중모리 중중모리 이런 거는 동요에 어떻게 녹여내요? ㅎㅎㅎ

나름 역사가 깊은 국악 창작 동요제도 존재하긴 하는데 여긴 애초에 넘보지(?) 않았고, 문화재사랑 창작동요제는 이때가 첫 개최이기도 하고 꼭 국악에 한정된 대회가 아니었기에 새로운 도전을 해 본다는 기분으로 펜을 들었다.

문화재나 우리나라 전통을 소재로 어떤 노레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선택한 소재가 국악기와 규중칠우였다. 이때 만든 두 곡은 여느 다른 곡들의 작사 과정과는 달리 내 머릿속을 헤집으며 고심해 보는 대신 인터넷을 열심히 검색하고 또 검색하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국악기 가운데 사부 현악기와 죽부 관악기를 소개하는 노래가  <우리 악기 만나 보자>였고, 규중칠우를 소개하는 노래가 <할머니의 일곱 동무>였는데 한 곡만 본선에 진출했다.

<할머니의 일곱 동무>는 아직도 미발표곡으로 남아 있는데 흥이 금방 식어서 잊고 지낸 지가 어언 10년이 넘었다.


어려운 정보를 노래라는 매개를 통해 공부하면 참 좋겠지만(음, 예를 들어 <역사를 빛낸 100명의 위인들> 같은 노래? 요 노래 하나만 가지고도 역사 교육자 측면에서는 할 말이 참 많지만ㅋㅋ), 솔직하고 냉정하게 국악기의 종류나 규중칠우 같은 것이 정말 우리 아이들이 알아야 할 정보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당장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사부니 죽부니 하는 용어를 들어 보셨나요? 규중칠우가 뭔지 다 외우셔요? 저는 당시에 검색해 보기 전까지 잘 몰랐거든요... (국악기는 모두 여덟 종류로 분류하는데, 명주실로 만든 현악기 전체를 '사부'라고 하며, 관악기가 '죽부', '목부', '금부', '포부', '토부' 다섯 가지로 나뉩니다... 규중칠우는 바늘, 실, 골무, 가위, 자, 인두, 다리미를 일컫지요... ^^)


문화재 사랑, 전통 사랑.

취지는 참 좋은데 내가 너무 마이너 한 소재를 잡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유교, 한옥, 한복, 한식... 지금이었다면 좀 더 보편적이고 현대적으로도 콜라보 가능한 요런 주제의 노랫말을 써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생각만 하지 말고 다시 한번 도전해 봄이 어떠한가!

'작(사)가의 서랍'에 살짝 보관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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