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작사 작곡 선배님이시기도 한 부모님이,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온갖 동요 대회들이 열리면 작품을 내 보라고 독촉을 하시곤 했다. 가끔은 숙제하듯이, 가끔은 도전하듯이, 그렇게 새로운 주제의 노랫말을 써 보고, 멜로디를 붙여 보고 하면서 창작의 바운더리를 넓혀 나갔다.
사실 본인의 근본적인 정체성은 헐렁이(=날라리) 기독교 신자에 가깝다. 교회는 안 나가지만 독실한 크리스천이 많은 외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기독교 문화를 가까이 접했다. 종교나 철학 분야에 워낙 관심이 많은 편이었어서세계종교 전반에 대해 일정 정도 이상의 호감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불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절에 방문하는 것도 좋아하고동양 판타지 느낌이 가득한 불교적 세계관도 참 좋아한다. 그럼에도 이 대회의 명칭인 '찬불'이라는 말은 솔직히 거부감이 들었다. '찬양'이라는 말 자체가 말이다. 그 종교에 대한 확고한 믿음 없이 찬양이 가능할 리가 없으므로.
주최 측이 원하는 주제가 분명할지언정 나의 진심을 담지 않은 노래를 만들기는 싫었기에 나름 시작부터 고심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어떤 주제가 좋을까.
내가 좋아하는 불교 관련 이미지들이 뭐였더라.
절간의 고요한 분위기?
이런 걸 노래하자니 매우 늙은이 같고.
공수래공수거?
당연히 아이들 정서는 아니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공자를 만나면 공자를 죽여라...
어라라;; 정신줄 챙겨, 나 녀석아.
염화시중의 미소...
그래, 이거다!
이런 의식의 흐름에 따라 만들게 된 노래였다.
따뜻하고 온화한 부처님 미소를 닮고 싶다는 내용을 담아서 국악 풍으로 작곡을 했다. 딱 요 정도면 불자가 아닌 나로서도 타협이 가능한 선이었다.
당시 5학년이었던 지현이라는 아이가 노래도 잘 불러주었고, 심사위원들에게도 곡이 제법 괜찮게 들렸던 모양이다. 무려 20곡 가까이 본선에 올랐고 종교 단체주최라 그런가 상금도 제법 셌던 큰 대회였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큰상(2등상)을 받았다. 하하.
이런 특수 주제(?)의 대회는 한 번의 경험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종교 동요(?)는안 만들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