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의 여행 3

쓰레기 섬

by 박경진

첫 화)

아리의 여행 1 (brunch.co.kr)


열심히 바닷속을 달려 남쪽으로 내려온 아리는 주변이 점점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기는 어디쯤일까?’


주위를 둘러보니 반짝이는 비늘을 가진 청어 가족과 통통한 대구 형님들이 바쁘게 떼지어 몰려다닙니다.


“저기요, 저는 북극에서부터 남쪽 바다로 여행을 하고 있는 아리라고 하는데요, 여기는 어디쯤인가요?”


아리가 큰소리로 질문하자 청어 아저씨 한 분이 뒤를 돌아보고 대답합니다.


“여긴 북태평양이란다.”


그 말을 들은 아리는 잔뜩 신이 났습니다. 태평양은 예전에 얼음 할아버지들에게 듣던, 세상에서 가장 넓은 바다입니다. 이 넓고 넓은 바다에는 물고기 친구들도 굉장히 많이 살 테지요.


“아저씨, 이 근처에서는 어떤 물고기 친구들이 사나요?”

“글쎄다……”


아리의 물음에 청어 아저씨가 쉽게 답을 하지 못합니다.


“어? 잘 모르세요? 아저씨 가족은 여기서 사는 게 아닌가요?”


이번에는 청어 아줌마가 아리에게 푸념을 합니다.


“아리야, 우리 가족은 지금 이사 중이란다. 요즘 바다가 점점 더워져서 말이다. 좀 더 시원한 곳을 찾아 북쪽으로 올라가던 중이었어. 우리 가족뿐만이 아니야. 함께 차가운 바다에서 살던 대구 가족이나 꽁치 가족들도 해마다 북쪽으로 이사를 가고 있거든.”

“그럼 일 년에 한 번씩 계속 이사는 하시는 거예요?”

“그래. 정이 들기도 전에 계속 낯선 땅으로 이사를 다니는 것도 너무 지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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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 아줌마가 한숨을 푹 내쉬고 있는데 옆에 있던 꼬마 청어가 칭얼댑니다.


“엄마, 나 너무 더워.”


아리는 더워서 숨을 헐떡이는 꼬마 청어가 불쌍해 보였습니다.


“꼬마야, 내가 가지고 있는 차가운 기운을 나눠줄게.”


아기 청어를 쓰다듬어 주고 나서 아리는 청어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합니다.


“반가웠어요. 여기서 조금만 올라가면 시원한 곳이 나와요. 힘을 내세요! 저도 힘을 내서 여행할게요!”

아리는 주먹을 꼭 쥐고 힘차게 다시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바다를 따라 남쪽으로 가다 보면 이제 곧 말로만 듣던 눈부신 은빛 멸치 떼와 아름답게 헤엄치는 가오리, 바다를 주름잡고 있다는 골목대장 상어도 모두 모두 만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많은 물고기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기대에 부풀어 있는 아리의 맘과 다르게, 어쩐 일인지 앞으로 가면 갈수록 보이는 물고기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물고기들의 표정도 어둡고 말이지요.


“어디가 아프신가요?”


아리가 느릿느릿 다가오는 향유고래 아저씨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아저씨는 대답을 할 기운도 없는 것 같습니다. 배가 아픈지 몸을 자꾸 꿈틀댑니다.


“꼬마야, 저 아래 남서쪽으로는 가지 말거라.”


아리에게 어렵게 한마디를 건넨 향유고래 아저씨는 다른 방향으로 헤엄쳐 사라졌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아리는 아저씨의 충고를 듣기보다 남서쪽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바닷물의 흐름을 따라 향유고래 아저씨가 온 방향으로 전진해 나갔습니다.


‘어? 이게 무슨 냄새지?’


얼마를 가자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확 몰려옵니다. 앞으로 가면 갈수록 그 냄새가 점점 심해져서 견디기가 힘이 듭니다. 아리는 코를 꽉 움켜쥐었습니다. 마침 몇 마리의 연어 누나들이 비틀거리며 아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저기요, 이건 대체 무슨 냄새인가요? 저쪽에는 무엇이 있어요?”


아리가 연어 누나들을 붙잡고 물었습니다.


“넌 이 바다가 처음인가 보구나. 이쪽으로는 오면 안 돼. 저 앞에 쓰레기 섬이 있거든.”

“쓰레기 섬이요? 바다 위에 말이에요?”

“그래. 쓰레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섬 말이야. 이 동네에서 거기는 접근 금지구역으로 알려져 있어. 거기에서는 몸에 안 좋은 더러운 것들이 바다로 흘러나오거든.”

“콜록콜록.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위험한 지역까지 오게 됐지 뭐야. 콜록콜록. 어서 여길 벗어나야겠어.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콜록.”


또 다른 연어 누나가 기침을 심하게 하면서 말합니다. 연어 누나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습니다.


“어떡하죠. 우선 제가 맑은 기운을 나눠드릴게요! 숨을 깊이 들이쉬세요!”


아리는 연어 누나가 들이마신 독을 씻어 주며 다시 말했습니다.


“쓰레기 섬이라니 들어본 적이 없어요. 저는 북극에서 왔어요. 거기의 얼음 할아버지들은 태평양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단 말이에요.”


아리가 따지듯이 묻자 연어 누나들은 한숨을 푹 내쉽니다.


“예전에는 분명 여기도 아름다운 바다였어. 하지만 언제부턴가 육지에서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북태평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어. 바닷물의 흐름이 멈춰 있는 지역에 그 쓰레기들이 하나둘 쌓이더니 거대한 섬이 되어버린 거야. 비닐이나 플라스틱 같은 쓰레기는 썩지도 않아서 계속해서 쓰레기 섬 크기를 키우고 있지. 가슴 아픈 일이야.”

“콜록콜록. 얘들아 어쨌든 어서 빨리 여길 벗어나야 해. 이 근처를 떠도는 쓰레기들을 잘못 먹고 배탈이 나서 죽은 친구들도 여럿 있었어. 콜록콜록. 꼬마야, 너도 우리랑 같이 여길 피하자. 안 그러면 너도 금세 오염되고 말 거야. 콜록. 보렴, 나 때문에 벌써 네 몸도 얼룩덜룩하구나.”


누나들의 설득으로 몸을 돌리면서 아리는 아까 만났던 향유고래 아저씨를 생각했습니다.


‘향유고래 아저씨도 쓰레기를 잘못 먹어서 배가 아프셨던 걸까? 그럼 어쩌지…… 아저씨도 곧 죽게 되는 걸까?’



다음 화)

아리의 여행 4 (brunch.co.kr)


2009 그린스타트 창작동화제에서 발표했던 환경동화입니다.

정식으로 출간되지는 않았으나, 당시 환경부 지원으로 동영상이 제작되어 초등학교 현장에 보급되기도 하였습니다. (분량이 적어서 브런치북으로는 발행이 안 되어 매거진으로 창작 기록을 남겨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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