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의 여행 4

하얀 산호들

by 박경진

첫 화)

아리의 여행 1 (brunch.co.kr)


쓰레기 바다를 벗어난 아리는 물고기들의 안내를 받아가며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아리가 살던 북극에 비교하면 적도 부근의 바다는 마치 온천처럼 뜨겁게 느껴졌지요. 훅훅한 남쪽 바다의 열기가 아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분명히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을 거야.’


오색찬란한 산호와 작은 열대어들을 만날 생각에 아리는 다시금 꿈에 부풀어 오릅니다.

조그맣고 예쁜 물고기 떼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자 아리의 얼굴이 밝아집니다. 빨간색, 노란색, 검은색, 얼룩무늬, 줄무늬, 점박이무늬…… 산호 사이에서 살아가는 열대어들은 얼음 할아버지들의 말처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듣던 대로 산호들이 정말 아름답군요!”


아리가 감탄하며 말을 걸었습니다. 시큰둥한 표정의 열대어 무리는 인사도 받지 않고 아리를 흘끗 쳐다봅니다.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나지 않니?”

“어머, 쟤 좀 봐.”


열대어 누나 한 명이 턱을 살짝 치켜들며 아리를 가리킵니다. 아리는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습니다. 몸 이곳저곳에 짙은 얼룩이 배어 있습니다. 쓰레기 섬 근처를 지날 때 묻은 얼룩입니다. 몸을 이리저리 문질러 보지만 얼룩이 쉽게 가시질 않습니다.


‘이게 왜 이렇게 안 지워지지?’


자신의 몸에서 쓰레기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안 아리는 부끄러운 생각에 열대어 무리를 슬그머니 빠져나왔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열대어들이 오지 않는 이쪽의 산호들은 다른 산호들과 달리 얼굴이 허옇게 떠 있습니다. 아리가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이곳의 산호들은 모두 병이 들어 말라죽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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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세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왜 이렇게 다들 아픈 거예요?”


아리가 재촉하듯 묻자 느릿느릿 끊기는 목소리의 산호가 다시 되묻습니다.


“넌…… 어디서 온 물방울이니? 이 근방에 사는 친구라면…… 우리…… 산호들의 백화에 대해서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전 북극에서 온 아리라고 해요. 바다를 건너 여행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백화가 대체 뭔가요? 그것 때문에 여러분이 아픈 건가요?”

“북극이라…… 정말 추운 곳에서 왔구나…… 백화란 산호가 빛을 잃고…… 이렇게 하얗게 말라죽는 것을 말한단다. 여기는 요 몇 년…… 계속해서……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거든. 너무 바닷물이 더워지면 우리 산호들을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작은 생물인 조류들이…… 살 수가 없어지지. 우리 역시 이렇게 열이 펄펄 나서는…… 오래 살아갈 수가 없고, 점점 하얗게 말라죽을 수밖에 없단다…… 우리가 죽으면…… 열대어들도 살 집을 잃게 되는 거지.”

“이 근처에는 아름다운 열대어들이 많이 살고 있던데요.”


아리가 팔을 크게 휘두르며 말하자 다른 산호 하나가 혀를 끌끌 차면서 말합니다.


“꼬마야……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의 열 배가 넘는 훨씬 다양하고 많은 열대어들이…… 우리 산호 사이를 헤엄치고 놀았었어…… 하지만 바닷물의 온도가 자꾸 올라가면서…… 정말 많은 열대어들이 사라졌단다. 이대로라면…… 해마다 더 많은 열대어들이 우리 곁을…… 떠나게 될 거야.”


그렇게 아름다운 열대어들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니. 아리는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집니다.


“정말 속상해요. 대체 바닷물의 온도가 왜 자꾸 올라가는 건데요?”


아리가 울먹이며 물었습니다.


“이건 모두…… 사람들 때문이야…… 육지에 사는 사람들이 내뿜는…… 온실가스라는 것이 지구를 자꾸자꾸 뜨겁게 만드는 거라고 하더구나……”

“아리……라고 했니……?”


목소리가 쉬어서 거의 나오지 않는 다른 산호 하나가 아리에게 말합니다.


“네가 여행 중이라고 하니까 부탁을 하마…… 앞으로 네가……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만약……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가게 된다면, 꼭…… 우리들의 얘기를 전해주렴. 그들이 지구의 열을 식혀 주지 않는다면…… 우리 산호들과 아름다운 바다는…… 죽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네. 알겠어요. 꼭 그렇게 전할게요.”


아리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을 이었습니다.


“힘내세요! 제가 가진 차가운 기운을 나눠 드릴게요. 조금만 더 버티면 분명히 다시 건강해질 수 있을 거예요.”


아리는 산호 사이를 몇 번 헤엄치며 그들의 열을 조금 식혀 주고는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다음 화)

아리의 여행 5 (brunch.co.kr)




2009 그린스타트 창작동화제에서 발표했던 환경동화입니다.

정식으로 출간되지는 않았으나, 당시 환경부 지원으로 동영상이 제작되어 초등학교 현장에 보급되기도 하였습니다. (분량이 적어서 브런치북으로는 발행이 안 되어 매거진으로 창작 기록을 남겨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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