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는 뜨거운 바다 한가운데로 나왔습니다. 너무 지치고 힘이 듭니다. 열도 나는 것 같습니다. 아리는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파랗다기보다 새하얀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너무 뜨거운 햇빛 때문에 저절로 이맛살이 찌푸려집니다.
아리와 마찬가지로 몹시 지쳐 보이는 여러 물방울 친구들이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 난 사람들이 엄청 많이 살고 있는 대도시를 빙 돌아서 왔어. 너무 힘든 여행이었지. 내 몸의 얼룩들을 봐. 휴우.”
“나도 여기까지 오면서 거대한 쓰레기 섬을 만났었는데. 너는 나보다도 더 시커멓구나. 네가 지나온 곳도 많이 더러웠니? 난 예전부터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대도시라면 신기한 것들이 정말 많지 않아?”
아리는 몸에 얼룩이 잔뜩 묻어있는 친구에게 질문했습니다.
“어휴, 말도 마. 대도시는 정말 살 곳이 못 돼. 수많은 공장과 도로에서 각종 오염물질들이 강으로 흘러들어오거든. 한 섬유 공장 옆을 지나올 때에는 정말 숨이 막혀서 죽을 뻔했어. 게다가 대도시의 더위는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어. 자동차와 높은 건물에서 쉴 새 없이 내뿜는 열기 때문에 도시 전체가 쩔쩔 끓는 가마솥 같았어. 그대로 황천 가는 줄 알았다니까.”
아리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리가 상상했던 도시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으니까요. 그런 도시라면 굳이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네 얘기를 들려줘 봐. 난 대도시라는 말만 꺼내도 아직까지 숨이 턱턱 막힌다.”
“난 북극에서 왔어.”
“오오, 넌 아주 시원한 동네에서 왔구나. 그거 부러운데?”
“난 거기서 굉장히 심심했어. 북극에서 오랜 시간 얼어붙어 있느라 꼼짝도 할 수 없었거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얼음들이 녹기 시작했어.”
아리의 말에 몸에 얼룩이 잔뜩 묻은 친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쯧쯧.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도시가 그렇게 뜨거운데 북극의 얼음이라고 안 녹고 배기겠어?”
‘대도시의 열기가 북극의 얼음산까지 녹였던 걸까? 산호들의 얘기처럼 정말 사람들 때문에 자꾸 지구가 뜨거워지는 건가봐.’
아리는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는 이유 하나로 여행을 마냥 기뻐했던 스스로가 왠지 한심해집니다. 자신의 여행을 돌이켜 보니 무언가 울컥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난 여행을 하면서 북극곰 아저씨가 며칠씩 먹이를 못 구하고 지친 몸으로 수영을 하게 된 걸 봤어. 산호들이 찬란한 색깔을 잃어버리고 죽어가는 것도 봤어. 알고 보니 그게 모두 사람들 때문이라는 걸 알았어. 사람들이 강과 바다에 버린 쓰레기가 거대한 섬이 되어서 연어 누나들이 무척이나 괴로워하던 모습이 잊혀지비 않아.”
아리의 얘기를 듣고 있던 몸에 얼룩이 잔뜩 묻은 친구도 화가 나서 소리칩니다.
“사람들 때문에 지구 전체가 병들어 가고 있다니! 이건 정말 너무하잖아! 잘못한 건 사람들인데 왜 우리들과 바다의 친구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거야? 이건 불공평해. 난 사람들이 정말 싫어!”
“꼭 그렇지만도 않아.”
이번에는 표정이 어둡고 정말 지쳐 보이는 한 친구가 입을 엽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지구가 뜨거워지면 사람들 역시 피해를 입는다는 얘기야. 우리는 남태평양에 있는 여러 산호초 섬들을 지나왔어. 우리의 여행도 전혀 즐겁지 않았어. 높은 산이나 북극과 남극의 얼음들이 자꾸 녹아 바닷물의 높이가 계속 높아지는 바람에 산호초 섬들이 하나둘 물속에 잠기고 있었거든.”
“투발루라고 하는 아름다운 산호초 섬은 머지않아 지도에서 사라지게 된대. 거기엔 지금도 사람들과 동식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야.”
“거기 사람들이 얘기하더라. 지금은 대도시 사람들 때문에 자신들이 사는 산호초 섬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거지만, 이렇게 지구가 점점 뜨거워진다면 더 큰일이 닥칠 거라고.”
“그럼 대체 어떻게 되는 건데?”
아리가 물었습니다.
“바보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땅이 좁아진다는 거지. 불쌍한 새들이랑 나무들뿐만 아니라 사람들까지도 모두 피해를 입게 될 거라고. 바닷물이 올라와 원래의 땅에 살 수 없게 되는 사람들은 다른 높은 지역으로 떠날 수도 있겠지만, 어딘가로 움직일 다리가 없는 나무들은 모두 죽어버리고 말겠지.”
“후우. 나 때문에 나무들이나 동물 친구들이 죽는다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야.”
저쪽에서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또 다른 물방울 친구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합니다.
“난 아시아를 거쳐 여행을 해왔어. 내가 슬프게 한 친구들을 생각하면 난 정말 고개를 들 수가 없어. 난 살아 있는 모든 친구들을 사랑해. 맑은 물이 되어 풀과 나무, 꽃, 그리고 많은 동물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어. 그렇지만 내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갔던 곳은 엄청난 홍수가 나고 말았거든.”
“저런!”
“내가 사랑하는 많은 친구들이 물에 잠겨 허우적대면서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던 표정이 자꾸만 떠올라. 내가 모두를 죽게 하고 말았어.”
아시아를 여행했다는 친구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건 네 탓이 아니야. 울지 마.”
눈물을 흘리는 물방울을 친구들이 위로합니다.
“들어본 적이 있어. 지구의 기온이 이상하게 변하면서 나라마다 심각한 가뭄이나 홍수가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말야. 네가 바로 거기에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