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아인세)' 창작 음악제.동요 외에도 힙합이나 캠페인송 등 다양한 장르의 창작곡을 모집한다. 노래 외에도 이미지나 동영상을 비롯한 창작 콘텐츠 공모도 하는방통위 주최의 행사가매년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2019년에 <세상을 바꾸는 말>이라는 제목으로청소년 부문에 노랫말을 응모하여 2등 상인 아인세상을 받았다. 아동 부문과 청소년 부문으로 나뉘어완성된 멜로디와 반주 mr이 주어지고, 거기에 어울리는 노랫말을 모집하는 방식이었다.
2019년은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서 과도한 업무와 육아로 인해많이 상했던몸과 마음을 가다듬던(=집에서 놀던) 시기였는데,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3개월 이상 소속이 없는 상태로 지냈던 적이 없던 터라, 막연히 사업 구상을 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고민이 많았던 해였다. 그와중에 모처럼 창작 활동에 몰입하는시간을 가지고, 또 수상까지 할 수 있었던아인세행사가제법 쏠쏠하게 자존감 캐리를 해 주었더랬다.
대개 노랫말을 먼저 떠올리고서 곡을 붙이는 순서로 동요를 만드는 나로서는, 이미 완성된 상태로주어진 멜로디와 반주 위에다 가사를 올리는 작업 방식이 조금 생소했다. 글자 수가 정해져 있는 시조나 하이쿠를 쓰는 느낌같았달까. 흔히 접하는 대중가요의 창작 과정을 보면 오히려 이런 방식으로 곡을 만드는 경우가 더 많으려나 싶기도 하다만,어쨌든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수용자가 어린이가 아닌 청소년 대상이다 보니 좀 더 가요의 느낌이 나는(한 음정에 가사가 비교적 자유롭게 들어가는?!) 곡들이 많이 출품되었더라.그에 비해 내가 쓴 노랫말은 뭐랄까. 발바닥에 힘을 주어 또박또박 눌러 걷는 듯한 곡이었다. (동요라는 장르의 곡만 만들어 본 사람의 한계이기도 할 터...)
1등 상을 받은 작사가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는데, 시상식에서 본인이 직접 노래까지 불러서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뽐냈다. 내가 엄마 뻘은 아니지만, 엄마 미소 혹은 언니 미소로 그녀의 시상을 축하했다.
평소에 포털 사이트나 페이스북에서 인터넷 기사를 챙겨 보는 편인데, 소위 '댓망진창'이라고 표현되는 상황을 자주 접한다.
상대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몰염치하게 만들 수 있는 걸까. 그 사람이 쓰는 언어가 곧 그 사람의 본질이라 생각하는 나로서는 악플들을 볼 때 분노보다는 절망감을 더 많이 느낀다. 악플러라는 집단을 단순하게 일반화하는 것도 문제는 있겠지만, 그들의 상당수가 10~20대인 것을 알기에.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가슴 답답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현실이 진심으로 속상하다. 나부터도 수양과 기도를 통해악플러들을 향한 나의 절망감을 사랑과 연민의 감정으로 승화시킬 수 있길 간절히 염원한다.
참 가슴 따뜻하고 미소가 절로 나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도들꽃처럼 존재한다.댓글에서 그들의 마음과 표정을 함께 읽으며 세상이 참 살 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어딘가에 남긴 짧은 댓글에서도 누군가기쁨과 위로를 느낄 수 있다면 참으로 멋진 일이리라.
메타버스라는 말이 유행처럼 들리고 온라인 기반의 활동이 더욱 급속하게 늘어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말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도 타인의 말과 글로 인해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선플을 통해 사람들이 공감과 위로를 나누며 삶의 기쁨과 용기를 얻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이 곡을 출품하며 캠페인의 효과(?)를 가장 크게 본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은 노래를 녹음해 준 네 명의 중학생 친구들이려나. 정말 노래를 예쁘게 불러 주었는데... 바쁜 학업 와중에 긴 시간 녹음을 하느라 스트레스가 크지는 않았길...)
노랫말을 만들면서 스스로의 온라인 활동에 대해서도 진득히 돌아보았고, 다른 사람이 남긴 선플에도 더 많이 감동하고 더 오래 눈길을 주게 되었다. 그리고 전에는나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거나 귀찮다거나 하는 이유로 굳이 댓글을 달지 않고 눈으로만 보던 기사글이나 콘텐츠에 보다 적극적으로 공감과 위로의 댓글을 달게 되었다.
현재 6살인 내 아이가 좀 더 나이를 먹었을 때에도 만약 이 행사가 계속 치러진다면,아인세를 통해 발표된 콘텐츠들을 찾아서 아이에게 소개해 주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노랫말을 붙여 보거나 영상을 만들어 보는 등 콘텐츠 제작에 직접 참여해 보라는 제안을 해 보고 싶다. 대회 입상이나 상금도 꽤 좋은 외적 동기 부여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