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친해질 수 있나요?

사과나무 위의 죽음 / 100만 번 산 고양이

by 여행하는나무

# 그림책 에세이

# 죽음

# 사과나무 위의 죽음 / 카트린 새러 글 그림 / 박선주 옮김 / 푸른날개

# 100만 번 산 고양이 /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마루벌


영화 〔그린 마일〕은 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손에 꼽을 수 있는 수작이다. 스티븐 호킹의 동명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린 마일은 사형수가 감방에서 나와 사형장까지 걸어가는 마지막 길을 말한다. 3시간 정도의 긴 러닝타임에도 여러 번 봐도 늘 새롭고 끝내는 눈물짓게 만든다. 몸집이 큰 흑인 죄수 존 커피는 다른 사람들의 병을 치유하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는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차별과 편견으로 무고하게 사형수가 된 것이다. 교도관 폴(톰 행크스)은 그의 순수한 심성과 천사같은 특별한 존재성를 알아보고 마지막 길까지 온 마음으로 돕는다. 그래서인지 폴은 죽지 않는 생명의 연장 선물을 받는다. 아내를 비롯해 친구들, 자녀들까지 먼저 세상을 떠나고 홀로 오래오래 살아남아 그간의 인생을 반추한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사라지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삶이라니, 정말 죽지 않는 것이 축복일까? 영화 속 폴은 죽음이야말로 선물이라고 말한다.


g_hdcUd018svcqj9dju7vbfeg_wspi8t.jpg?type=e1920_std < 사과나무 위의 죽음 >



죽음을 이야기하는 그림책 중 카트린 새러의 『사과나무 위의 죽음』을 보면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영생을 위해 불로약초를 구하는 진시황의 집착과 광기와도 연결되었다. 어찌 진시황 뿐이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 죽음보다는 삶에 집착하고 있지 않은가?


늙고 초라한 여우 할아버지에게는 아끼는 사과나무가 있다. 새들이 찾아와 사과를 쪼아 먹고 어린 토끼들도 찾아와 사과를 먹고 가 버린다. 어떤 동물도 늙고 힘없는 여우 할아버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화가 많이 난 여우 할아버지는 어렵게 족제비를 사냥에 성공한다. 족제비는 자신을 살려주는 대신 여우 할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제안을 한다.



할아버지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내 사과나무에 함부로 손을 대는 동물은 나무에 딱 붙어버리면 좋겠어!’



어느 날, 할아버지 곁에 찾아온 죽음, 할아버지의 소원대로 죽음은 사과나무에 딱 붙어 버린다. 죽음이 나무 위에 붙어 버리자, 할아버지는 죽음을 연기하고 더 오래 살 수 있게 된다.


죽음을 올려다보며 여우 할아버지는 죽음으로부터 도망을 간 것이다. 좀 더 오래 살고 싶은, 죽음을 붙잡아두고 싶어 하는 우리 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만약 우리가 여우 할아버지처럼 죽음을 피할 수 있다면, 육신을 가진 몸으로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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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는 100만 번이나 고양이로서의 삶을 살다가 100만 번이나 죽음을 맞이한다. 진정한 사랑을 만나기 전까지 100만 번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고 100만 번의 죽음은 슬프지 않았다. 고양이에게 죽음은 두려움도 나쁜 것도 아니었다. 죽음보다 더 큰 사랑을 하고 온 마음으로 울고, 행복하게 죽을 수 있었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여러 죽음을 만났다. 유년시절 흐릿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아기 동생의 죽음부터 나보다 3살 많은 이모와 사촌 동생의 황망한 익사 사고, 고 2때 맞이한 아버지의 돌연사는 내 마음에 큰 구멍을 만들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큰 상실감과 허망함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죽음을 가까이에서 만나서인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늘 궁구하고 영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웰다잉 프로그램 중에 죽음 체험을 한 적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기는 유언서를 쓰고, 관에 들어가 기꺼이 죽는 것이다. 깜깜한 나무판 속에 눈을 감고 있으려니 삶과 죽음이 그렇게 가까울 수가 없었다. 죽음이 존재의 소멸이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의 여행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니 사랑하는 가족들의 죽음이 남긴 큰 구멍이 따뜻하게 채워졌다. 마음 안에서 우린 늘 연결되어 있고 큰 사랑안에서 하나임을 깨달으니 더 이상 죽음이 두렵거나 무섭지 않다.


삶이라는 종이를 뒤집으면 죽음이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삶과 죽음은 한 모습이다. 『사과나무 위의 죽음』의 뒷부분에는 여우 할아버지와 죽음이 손을 맞잡고 함께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죽음으로 이르는 길, 그래서 삶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ice)라고 정의하기도 하는 것 같다.


살아있는 동안 사랑과 빛의 존재로서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 그것이 곧 웰빙이요, 웰다잉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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